독일 ChatGPT 설교 화제
“종교 지도자 대체가 아닌
도울 수 있는 도구가 목적”

인공지능 설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설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예배가 시작될 때만 해도 흥미롭고 호기심이 생겼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AI챗봇의 진부한 표현과 서투른 진행에 점점 더 짜증이 났다.”

“감성과 영성이 빠진 느낌이다.”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어떠한 바디랭귀지도 없었으며, 너무나 빠르고 단조롭게 말해서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아직은 인공지능(AI)에게 예배 진행을 맡기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시도 자체가 나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예배 진행 모습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인공지능의 설교는 여전히 부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순조로운 편이었다.”

“AI가 설교를 하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AI와 함께 자란 어린 세대들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독일 바이레른주의 성바울교회에서는 300명이 넘는 신도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가 하는 설교를 듣고자 모여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ChatGPT의 설교를 들은 신도들은 이같이 양분된 반응을 보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배당 화면에는 의인화된 ChatGPT 아바타가 40분 동안 설교, 기도, 찬송, 축도에 이르기까지 예배를 이끌었다. 아바타는 2명의 젊은 여성과 2명의 젊은 남성으로 이뤄졌으며 번갈아 가며 예배를 인도했다.

챗봇 아바타는 “과거를 뒤로 하고, 현재의 도전에 집중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골자의 설교를 했다.

이 예배는 비엔나대학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요나스 짐머라인이 기획했다. 짐머라인은 기획 의도에 대해 “종교 지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AI는 다가오는 설교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설교 작성 과정을 가속화해 목회자가 개인의 영적 지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atGPT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전 세계 교회가 설교 준비부터 영상예배 자막 등 AI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목회자 5명 가운데 1명은 챗GPT를 설교 준비에 활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미래목회말씀연구원의 ‘챗GPT에 대한 목회자 인식과 사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챗GPT 사용 목회자의 81%는 챗GPT의 답변에 대해 ‘신뢰한다’고 답했다. 챗GPT를 목회에 활용할 경우 설교 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런데도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AI의 영성 부재 등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켄터키주의 목회자이자 신학교수인 허셜 요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챗GPT의 응답에는 영혼이 비어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챗GPT에게 설교를 위해 어떤 종류의 텍스트를 참조하는지 물었을 때 “자신은 AI 언어 모델로서 개인적 ‘신앙’이나 종교적 관련성”을 맺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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