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펼치자 어버이연합과 보수 기독교단체가 퍼레이드를 저지하며 대치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반대파, 승인철회·선정성 논란 압박… 서울시에 소송불사 ‘으름장’
조직위 “선정적으로 보는 게 편견… 자의적 해석 공포 조성까지”
서울시 “시의회 조례·절차에 따라 승인” 동성애 찬반 비화 곤혹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내달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부 개신교단체와 시민단체가 행사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개신교계의 반대가 심한 가운데 보수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가 중심에 서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2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을 하고 “유럽, 미국 등 서구권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보수적 전통사상을 따르고 있기에 (동성애를 바라보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서울 도심에서 (반라 등 벌거벗은) 음란한 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다수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서울광장 장소 승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서울광장 이용과 관련해 “서울시 조례상 허가제가 아니다. 서울광장 이용은 신고제이기 때문에 (결격사유가 없는 한) 신청만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면서 “퀴어문화축제 개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시장인 나도 관여할 수 없다. 주한 영국 대사도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퀴어문화축제 반대를 외치는 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26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동성애 문제를 지적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양 목사는 “동성애자들이 6월 9일 퀴어 문화축제를 이곳 서울광장에서 개최한다”며 “백주에 서울 한복판에 몰려나와 자기들의 성 취향의 정당성을 알리고, 사회에 동성애를 확산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해마다 동성애(퀴어)축제가 많은 논란과 사회적 비판을 불러일으켰다”며 “서울시는 신고제라 이유만으로 동성애자들의 편을 들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 목사는 이번 행사를 열도록 승인한 실무자에 대해서도 ‘업무상 월권’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법정소송까지 내비쳐 압박 수위를 높였다.

보수 시민단체는 일찌감치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대책위까지 꾸렸다.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서울시가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해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며 “비윤리적인 성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염려하는 많은 학부모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반동성애단체들의 항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자칫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단체들은 축제 당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탈동성애인권 기독운동단체 홀리라이프는 내달 9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는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보수단체에 물리적 충돌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승인 취소와 서울시 직원의 반동성애 시민단체 대표 폭행사건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가치관 다르다고 공격·차별·폄하해선 안돼”

찬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행사를 반대하는 단체에 대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두려움을 갖도록 하고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왜곡된 시각과 자의적 해석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가치관이 상대를 공격하거나 폭력, 차별, 폄하할 자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같이 행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위원장은 성 정체성과 선정성 논란에 대해 “이번 축제를 선정적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편견일 수 있다는 의식을 한 번쯤 해주길 바란다”며 “퍼포먼스는 자신의 몸으로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이러한 표현을 성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순간 도덕, 문란 등 흑백논리에 휘말리게 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반대 측과 대화를 원하지만)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는 ‘안 된다’는 말 외에는 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다르다’는 게 잘못됐다거나 틀리다는 것으로 해석되면 안 되고,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15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예수재단이 26일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반대서명운동과 함께 ‘서울광장 사용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市 “찬반입장 아냐… 조례대로 승인”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하면서 보수단체로부터 맹공격을 받고 있는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인 서울광장 장소 사용은 서울시의회의 조례 규정과 절차대로 진행한다”며 “어느 특정 단체의 요구로 개방(또는 불허)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시 총무과 전기호 주무관은 서울광장 사용에 있어서 “허가제가 아니다. 신고서가 접수되면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2010년 9월 27일부터 광장 사용이 비어있으면 어느 단체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주무관은 “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3번에 걸쳐 사용 신청을 했다. 1~2번째는 다른 행사와 중복이 돼 승인하지 않았다”며 “3번째는 6월 9일 18~23시까지 사용하겠다고 요청해서 승인한 것이다. 신고서 어디에도 시민들이 우려할 만한 내용이 없었기에 규정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서울시는 퀴어문화축제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입장을 말하는 기관이 아니다. 규정에 따라 서울광장 장소 사용을 승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뿐”이라며 “동성애 찬반 문제가 아니라 서울광장 사용, 불허 문제다. 동성애 찬반논쟁으로 비화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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