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장관을 내정했다. 당초엔 정무감각이 좋은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더니 막판에 법조인 출신으로 방향이 잡힌 모양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을 중점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커지거나 낙마한다면 ‘정권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황교안 내정자는 이미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전력이 있을 뿐더러 박 대통령과도 오랫동안 국정현안을 다뤄 왔으니 비교적 무난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50대의 젊은 나이도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3년차에 들어 행정 각부를 통할해야 하는 국무총리 적임자로서 황교안 내정자가 적임자인지는 잘 따져볼 일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목표와 국정운영 방식 그리고 향후 국정혁신의 의지 등을 황교안 내정자를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몇 번째나 국무총리 인사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국정은 말보다 결국은 사람을 통해 관철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언제 쓰느냐는 것은 국정운영의 핵심 전략이라 하겠다. 게다가 국정운영의 정점에 있는 집권 3년차에서는 그런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황교안 총리 내정자는 기존에 박 대통령이 밝혔던 국정운영 기조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선 국민통합의 측면에서 각별한 고민이 부족했다. 지역적으로, 또 이념적으로도 황 내정자는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정부 들어 온갖 사회 갈등의 한복판에 있지 않았던가. 그렇잖아도 공안통이 득세하는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할 인물까지 또 공안검사 출신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 시점은 박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강력한 국정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완구 전 총리 사퇴 이후 국정개혁은 더 목이 마른 상황이다. 그런데도 강경 보수 성향의 공안 검사 출신을 총리로 쓴다면 국정개혁을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정개혁은 사정 정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정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구조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국정의 틀을 바꿔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 각계의 동의와 국민적 공감대, 그리고 국회 특히 야당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황교안 카드로 과연 그게 가능하다고 봤는지 박 대통령의 속내가 궁금하다. 이쯤 되면 국정혁신보다 국정안정을 지향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행정부가 아니라 다시 박 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갈 길은 멀고도 험한데, 국정운영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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