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의가 대통령에 의해 수리되고서 정치권에 온갖 말들이 무성했다. 조 전 수석의 ‘사퇴의 변’에서 박근혜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 개혁의 하나인 공무원연금 개혁이 4월 국회에서 변질된 채로 통과되지 못해 여야 협상창구를 맡았던 청와대의 책임자로서 도의적, 업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도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는데, 그 겨냥이 정치권인 여야다.

그러자 여야에서는 박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의미를 두고 제각기 해석하기에 분주했다. 여당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를 받아들인 데에 대한 대통령의 질책인가 싶어 전전긍긍하면서 당황한 표정들이다. 김무성 대표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인식을 같이하는 것으로 이미 발표가 됐는데, 다른 얘기를 해선 안 된다”고 했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조 수석이 왜 책임을 지느냐”며 사퇴 배경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의 ‘사퇴의 변’에서 나타나듯 여야 간 어렵사리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에 대해 정부가 뒤늦게 나서서 꼬투리를 달자, 야당에서는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새누리당에게는 숙제를 검사받는 어린아이로 여겨 야당과의 협상권을 청와대로부터 받아 오라고 비판했고, 청와대에 대해서는 조 수석의 사퇴 수리가 “국회를 협박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깨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라 하면서 삼권분립에도 어긋난다는 말로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래저래 꼬인 ‘공무원연금 개혁’ 정국을 풀어나가야 하는 지금, 조윤선 전 수석의 사의는 여야 협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를 지낸 조 전 수석이 20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현 정국을 빌미삼아 일찌감치 물러났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정무수석이라는 자리에서 주어진 당면 현안과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책임 사퇴했다는 것이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 여권에 대해선 국정 공동운영자로서 책임론을 재인식시키는 일이고, 야당에게는 ‘책임성’이 지도자의 덕목임을 시위처럼 선제적 행동으로써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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