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4일 오후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내 사고현장인 예비군사격장에 방탄모가 놓여져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軍 ‘계획적 범행’ 잠정결론
“실탄 사격하는 날” 암시
메시지 10건 친구에 보내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총기난사 사건을 수사 중인 군 당국은 계획적 범행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육군 중앙수사단 이태명 대령은 14일 중간 수사 발표에서 범인인 최모(23)씨가 올해 3~5월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토대로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대령은 “사고자가 지난 4월 22일 초·중학교 동창인 친구에게 ‘5월 12일 난 저 세상 사람이야, 안녕’이라는 등 자살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문자 10건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휴대전화 문자를 받은 친구는 남자로, 초·중학교 동창이며, 어머니들과도 잘 아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5월 12일은 최씨가 예비군훈련장에 입소한 날이다. 특히 최씨는 이달 5일 같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예비군이야, 실탄 사격하는 날 말하지 않아도 예상”이라며 총기 난사를 암시했다. 해당 친구는 이런 문자에 대해 대부분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최씨가 총기 사고를 암시한 것은 범행 직후 사망한 최씨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의 내용과도 유사하다. 유서에선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령의 설명에 따르면 최씨는 사고 당일 사격장에서 조교에게 사격 구역을 1사로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동료 예비군을 쏘기 쉬운 장소를 확보하려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중앙수사단도 이를 계획적 범행의 정황으로 보고 있다. 범행 전날 예비군 생활관에서 최씨와 동료 예비군과의 마찰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마찰이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서울 내곡동 송파·강동 동원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한 최씨는 다음날인 13일 사격훈련 중 총기를 난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격장에서 1사로에 위치한 그는 실탄 10발이 든 탄창을 받고 1발을 표적에 쏜 뒤 일어나서 뒤에 있던 부사수 예비군과 주변 사로 예비군들에게 실탄 7발을 쐈으며, 9번째 총탄으로 자신의 머리를 쏴 자살했다.

이 사고로 최씨를 포함해 예비군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를 열고 군 당국의 관리 부실 책임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총기 관련 규정이 허술하고 사격 통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총기 고정 장치 연결 확인 소홀과 사격 통제 인원 부족, 총기 난사 당시 장교와 조교들이 즉시 대응하지 못했던 문제 등을 지적했다. 또한 매뉴얼보다는 지휘관 재량에 따른 현장 통제 방식을 문제로 꼽았다.

관심사병 관리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총기 난사 가해자가 현역시절 관심사병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지적이다. 국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예측되는 신상특이자에 대한 관리 통제가 부실했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현역 복무 당시 보호사병이나 관심사병이라면 정보 공유를 통해 예비군 훈련시에도 지휘관이 집중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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