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팸신고 손쉽고 절차 간단, 잘못 신고되기도
112·119도 신고… 다산콜은 명칭 잘못 등록돼
“잘못된 등록 적어… 빠르게 수정돼 큰 문제 안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 류수영(30, 남)씨는 최근 잘못 걸려오는 전화에 애를 먹었다. 언제 부턴가 ‘대리 아니냐?’는 전화가 밤낮 구분 없이 계속 와서 잠도 못 자고 일도 못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가 ‘뭐야이번호’ 앱에 류씨의 번호를 대리기사로 등록한 것이다.
#2. 지난 4월 앱 ‘뭐야이번호’ 홈 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전화번호 삭제요망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특정 번호는 일반회사의 전화번호인데 성폭력예방교육이라고 등록돼 있어 삭제를 요구한다는 게 글의 내용이다. 글쓴이 ‘달**’은 “성폭력예방교육이라고 나와서 현재 업무가 마비가 될 정도로 전화가 오고 있으니 빠른 삭제 부탁한다”고 글을 올렸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스팸을 차단하는 ‘뭐야이번호’ ‘WhosCall(후 스콜)’ 등 다양한 앱이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잘못 등록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부터 11일 현재까지 ‘뭐야 이번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전화번호 삭제·수정 요청 글은 10건이다. 정식 삭제·수정 요청 접수는 정보수정요청게시판에 따로 받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때문에 피해를 본 시민도 있었다. 김현정(가명, 29, 여)씨는 “거래처가 잘못 등록돼 있어 전화를 받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스팸’으로 등록돼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아 중요한 미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앱 때문에 생긴 일이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또 특정 개신교를 다닌다는 김미수(가명, 25, 여)씨는 “다퉜던 친구가 내 번호를 ‘사이비 종교’ 등으로 등록했던 일이 있다”며 “나는 등록 돼 있는 걸 몰랐으나 다른 지인이 알려줬다. 정말 황당하고 상처가 됐다”고 앱이 악용됐던 사례를 말했다.
이처럼 전화번호가 잘못 등록되는 일은 앱 사용자라면 아무런 절차 없이 스팸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한 번호를 신고해 보니 굉장히 쉽게 등록할 수 있었다. ‘뭐야이번호’ 앱에 들어가 검색결과에서 해당번호를 선택하면 정보등록·신고 메뉴가 뜬다. 이를 선택하면 전화번호를 적은 후 신고등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스팸이 아님에도 스팸으로 신고된 경우도 있었다. 범죄신고 번호인 112를 ‘뭐야이번호’ 앱으로 검색해보면 총 18건의 스팸신고가 돼 있었다. 화재 구조 구급 재난신고 번호인 119는 4건의 스팸이 신고돼 있었다. ‘스팸아님’ 신고도 됐지만 ‘스팸신고’ 글씨가 빨간색으로 눈에 띄어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다산콜센터 번호인 02120번호는 ‘아리수’라고 등록돼 있었으며 스팸신고는 6건, ‘스팸아님’ 신고는 3건으로 스팸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뭐야이번호’ 권리침해신고 안내에 따르면 해당 앱 업체는 서비스 내에서 고객들 간에 발생하는 분쟁 및 고객 스스로의 과실로 일어난 피해에 대해서는 개입하거나 조치하지 않는다.
‘뭐야이번호’ 측은 “기본적으로 집단지성으로 돌아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등록하고 수정되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며 “일반적으로 잘못된 정보 혹은 악의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실제로 매우 저조하고 정보가 빠르게 수정되기 때문에 아직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지속적으로 기업과 기업, 개인과 개인, 기업과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회사와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등 응대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