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밀집지역서 비무장 상태로 저항 못하고 숨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국 백인경관이 등을 보인 흑인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7일(현지시각) 시민 동영상이 공개된 백인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 사건은 8개월 전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사건보다 더 충격을 안기고 있다.
퍼거슨 때와는 달리 백인 경찰이 등을 보이며 달아나는 흑인에게 8발의 총을 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시민 제보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가 받아들이는 충격의 강도는 더 심각하다. 무엇보다 이번에 사살된 흑인이 비무장 상태에서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총에 맞고 숨졌다.
이번 사건이 지난해 인종갈등을 불러일으킨 퍼거슨 사건을 연상시킨다. 2014년 8월 발생한 퍼거슨 사건은 퍼거슨시 백인 경찰 대런 윌슨(29)이 순찰 중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당시 18세)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증언 등에 따르면 윌슨은 도로에서 벗어나 보도로 걸어가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브라운의 목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다 브라운에게 권총 두 발을 발사했다.
윌슨 경관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이유로 총을 발사했다. 총상을 입고 도망가는 브라운을 뒤쫓아가 최소 6발 이상을 더 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성난 흑인 시민의 소요 사태가 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퍼거슨 사태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문제를 다시 한 번 전면에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달아나는 비무장 흑인에게 총격
퍼거슨과 마찬가지로 노스찰스턴 역시 인구 10만명 중 거의 절반이 흑인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 비율이 높은 도시다. 미국 주요 언론 등은 이번 노스찰스턴 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언론들에 따르면 백인 경관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가 교통위반 단속을 하던 중 벤츠 승용차를 타고 가던 비무장 흑인 월터 라머 스콧(50)을 멈추게 하고 전기 충격기로 폭행한 뒤 총격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슬레이저 경관 역시 스콧과 몸싸움을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보고했으나, 지나가던 시민이 유족에 제공하고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 공개된 영상은 이런 보고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의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을 보면 스콧과 몸싸움을 했다는 슬레이저 경관의 진술과 달리 슬레이저는 등을 돌려 달아나는 스콧에게 정조준 자세를 취하며 무려 8발의 권총을 발사하는 것으로 나온다.
퍼거슨 사건 때와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는 결정적인 영상이 있는 만큼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수사 당국은 슬레이저 경관을 곧바로 체포했으며 슬레이저의 변호사 역시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