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2015 미베 베이비엑스포에서 한 모녀가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 (사진출처: 연합뉴스)
육아휴직자 최대 6배 차이… 소기업, 활용 역량 부족
전문가들 “인력풀 도입하고 사업장 규모별 정책 필요”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양육을 목적으로 사업주에게 휴직을 신청하는 제도다.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없이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최근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등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등 다소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현 육아휴직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대기업과의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큰지원’ 1년서 2년으로
롯데백화점은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이달부터 2년으로 늘렸다. 육아휴직 기간이 있어도 기업문화나 사내 분위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이를 신청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2012년부터 출산휴가 후 신청서 없이 자동으로 1년간 휴직하도록 하는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제도는 지난해 대상자의 85%가 활용했다.

‘자녀돌봄 휴직’ 제도도 롯데백화점이 내세우는 육아 관련 지원 제도다. 이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의 적응을 걱정하는 워킹맘을 돕자는 취지에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 제도 사용 기간 또한 최장 1개월에서 1년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사업주가 직접 제도 개선에 나선 사례도 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현 최대 105일에서 180일로, 육아 휴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우자가 받는 출산휴가도 기존 5일에서 10일로 늘렸다.

앞서 그는 “우리 회사를 보면 업무직 여직원들은 석 달 출산 휴가 후 70% 정도가 이어서 육아휴직도 신청하지만 일반직 여직원들은 40%만 육아휴직을 신청한다. 업무 공백과 커리어 관리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이라며 “석 달 만에 아이와 떨어져 출근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여성 임직원의 육아휴직이 가능한 자녀 연령을 법적 기준보다 높은 12세 이하로 상향하는 등 대기업의 복지제도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중소기업은 활용률 저조
기업들의 이런 개선 노력에도 육아휴직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이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2014년)’에 따르면 육아휴직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대비 41.2%에 불과하다. 기업 규모별 편차는 더 크다. 15일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12~2014년)간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육아 휴직 제도 사용자는 10인 미만~300인 사업장에서의 사용자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2012년 육아 휴직자는 1만 9909명인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만 3777명이 이 제도를 사용했다. 10인 미만은 2539명에 불과하다. 2013년에도 전체 사용자 2만 3495명 가운데 10인 미만은 2336명, 300인 이상은 1만 6962명이었다. 지난해에도 전체 2만 2577명 가운데 1만 5025명이 300인 이상 사업장 근무자였고, 10인 미만은 2520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에 고용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대기업의 경우 ‘일·가정양립제도’에 편승하는 분위기이지만 중소기업은 역량이 안 돼 사실상 어렵다”며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도 기업의 조직문화와 경영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인력풀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기업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옥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육아휴직 활용도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추가 인력에 대한 기업의 비용 지불 능력 등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며 “육아휴직자에 대해선 고용보험 급여가 나오지만 대체인력을 구하는 과정이나 여력 등에서 중소기업은 경험과 비용 지불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 휴직을 사용할 때 1년간 급여가 나가는데 사실상 전임자가 바로 적응해 일 하는 게 어렵다”며 “고용 전후로 인수인계 기간을 둬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급여가 추가될 필요가 있고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