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목공 원년에 그는 손수 군사를 이끌고 모지 지방의 야만족 융을 공격해 승리를 거두었다. 또 진(秦)나라 목공은 4년에 진(晋)나라 공주를 부인으로 맞이했다. 그녀는 진나라 태자 신생의 누이다. 그 해에 제나라 환공이 초나라에 출전해서 소능까지 나아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듬해인 5년 진(晋)나라 헌공은 괵과 우의 두 나라를 멸망시켜 우군과 대부 백리해를 사로잡았다. 진(晋)의 계략에 말려들어 어리석게도 진나라군이 나라 안을 지나가는 것을 허용한 것이 그만 나라를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백리해를 포로로 잡은 진(晋)나라는 진(秦)나라로 시집 간 공주의 하인으로 삼아 그 나라로 보냈다. 백리해는 진나라로 가던 도중에 도망해 초나라의 완이라는 곳에 숨었으나 그곳에 억류당하고 말았다. 진(秦)나라의 목공은 백리해의 소문을 듣고 그를 되찾을 것을 생각했다. 큰돈을 써도 아깝지가 않았으나 그런 짓을 하면 오히려 완 사람들이 응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래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사자를 보내 이렇게 요청했다.

“하인 백리해가 귀국의 땅에 잡혀 있다는데 다섯 마리의 검은 암양의 가죽과 바꿔 그를 인도해 주기 바라오.”

상대방에서는 목공의 조건을 받아들여 백리해를 돌려보내 주었다. 백리해의 나이는 그때 벌써 70세였다. 목공은 그가 도착하자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한 다음 나라의 국사를 논의하는 자리에 기용하려 했다.

“저는 망국의 신하로서 결코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망한 것은 그대의 의견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대의 책임이 아니오.”

목공은 그를 타이르며 끈덕지게 설득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를 사흘씩이나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목공은 그에게 홀딱 빠져서 어떻게 하든지 나랏일을 맡겨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검은 암양 다섯 마리와 교환했다고 해서 백리해를 오고 대부라 불렀다.

백리해는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

“저의 친구 중에 건숙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감히 그를 따르지도 못할 재주를 가진 인물입니다마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옛 제나라를 떠돌아 다녔을 때 매우 궁핍하여 걸식하는 몸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는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그 뒤에 제가 제나라 군주가 된 무지를 받들려고 했더니 그가 찬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제나라의 내란에 말려들지 않고 살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주나라에 가서 왕자인 퇴가 소를 좋아했으므로 소를 치는 품을 팔며 그에게 봉사하려고 했습니다. 퇴가 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건숙이 또 다시 반대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주나라를 떠났고 퇴의 죄 때문에 죽음을 면했습니다. 우나라 주군을 받들 때에도 그는 말렸습니다. 진(晋)나라 군대가 우나라를 통과할 때 저는 말렸지만 우 임금은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벼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 나라에 봉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두 번까지는 그의 의견을 따랐기 때문에 화를 면했습니다만 세 번째에는 그의 의견을 따르지 않은 탓으로 이렇듯 우나라의 사건에 말려들고 만 것입니다. 이상 말씀 올린 것으로도 그 인물이 어떤지 아실 줄 믿습니다.”

백리해의 그 말을 들은 목공은 당장 사자를 보내어 후한 선물을 내리고 건숙을 불러들여 상대부에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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