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나라 환공 27년에 경보가 왕 민공을 죽였다. 그러자 애강은 애인인 경보를 군주의 자리에 앉히려고 여러 방면 노력했으나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새로운 군주로 민공의 아우인 희공이 즉위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제 환공은 애강을 제나라로 불러들여 죽여 버렸다.
이듬해인 환공 28년 북방의 야만족인 적이 위나라에 쳐들어오자 위 문공은 제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환공은 제후들을 거느리고 출전하여 위나라 초구에 성을 쌓고 문공을 구해주었다.
환공 29년 일이다. 어느 날 환공은 부인 채희를 데리고 뱃놀이를 했다. 물에 아주 익숙한 채희가 환공을 노리느라고 배를 좌우로 막 흔들어댔다. 환공은 겁을 집어먹었다. 환공이 아무리 만류해도 도무지 그치지 않았다.
환공은 몹시 화가 나서 배에서 내리자 당장 채희를 친정인 채나라로 돌려보냈다. 환공은 그녀와 인연을 끊을 뜻은 없었다. 그런데 채나라에서는 그 일에 대해 화를 내고 그만 채희를 딴 곳으로 시집을 보내버렸다. 그 사실을 안 환공의 분노는 폭발했고 결국 채나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환공 30년의 봄이었다. 환공은 제후들의 군사를 거느리고 채나라를 공격해 멸망시켰다.
얼마 후 환공은 초나라 공략에 착수했다. 초나라 성왕도 이에 대비해 군사를 일으켰다. “무슨 이유로 우리 초나라에 침입한 것이요?”
제나라 군영에 초나라 사신이 찾아와 항의했다. 제나라에서는 관중이 답했다.
“옛날 주나라 초기에 소강공(연나라 시조 소공석)께서 우리 제나라 시조이신 태공에 대해 제후들에게 옳지 못한 일이 있을 때에는 태공이 판단한 대로 정벌해 주 왕실을 도우라고 명하신 바 있으셨고 또한 관장해야 할 영역을 태공께 지시한 것이다. 즉, 동은 동해로부터, 서는 황하, 남은 목릉에서, 북은 무태에 이르기까지 이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영토인 것이다. 이번 행동이야말로 그 임무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제 대답을 받아야 할 것이 있다. 작금에 이르러 초나라는 주 왕실에 대해 포아(제사 때 술을 거르는 데 쓰는 식물)의 공납을 태만히 함으로써 그 때문에 주 왕실에서는 제사를 올리는 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건 도대체 어찌된 연유인가? 또한 전날의 주나라 소왕(주나라 4대 왕, 남쪽 정벌에서 물에 빠져 죽음)께서는 남쪽으로 떠나신 뒤 돌아오시지 않으셨다. 꼭 그 소식을 알고 싶다. 그 때문에 우리 제나라는 군사를 일으킨 것이다.”
초나라 성왕은 사자를 보내 반론을 폈다.
“공물 바치기를 게을리 한 것은 이쪽의 실수였다. 앞으로 상납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그렇지만 소왕께 관한 일은 전혀 아는 바 없다. 그 일은 한수의 강물에 물어보는 것이 좋을 줄 안다.”
이윽고 여름이 다가왔다. 제 나라 군사들이 진격해 초나라 형 땅을 쳤다. 초나라는 장군 굴원이 명을 받아 군사들을 이끌고 제나라 군사들을 맞아 맹렬히 싸웠다. 제나라군은 반격에 밀려 소능까지 후퇴해 양쪽 군대가 대치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