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박지만 회장 부부는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태국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윤회씨와 관련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태국 여행을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자칫 ‘도피성 외유’라는 오해도 면키 어렵다고 봤을 것이다. 박 회장의 이런 선택은 옳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는 박 회장도 적절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잘 알려진 대로 박 회장은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을 생각하는 마음이 상당하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도 동생 가족들이 청와대 부근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역대 정부처럼 친인척 문제로 국민의 실망을 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도 ‘정윤회 문건’으로 박지만 회장이 거론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박 대통령에겐 아픈 대목이다. 물론 아직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청와대에서 암투가 벌어진 것이 맞는지, 정씨가 정말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박 회장까지 미행을 했는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의문이다. 대충 봉합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정씨가 검찰에서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를 원한다는 말까지 보도가 됐다. 박 회장이 이를 피할 경우 정씨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더 나아가 그동안 박 회장이 말했던 것도 신뢰성을 잃게 된다. 이는 그대로 박 대통령에게도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박 대통령을 위해 자중하고 근신했던 진정성, 반대로 정씨의 언행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당당히 대질조사에 응하는 것이 옳다. 대질조사로 인해 잠시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너무 크다. 오직 진실만이 ‘찌라시’를 이길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