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열 가속화된 개신교
NCCK 마저 창립 이래 초유 사태
총무 중임 이견으로 사회법 소송
예장통합 반발, 반쪽짜리 정기총회
한기총·한교연 통합 목소리 높지만
양측, 양보 없이 주장 관철만 원해
예장합동, 교단 연합 행보 막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올해 한국교회는 그동안 이어져온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렁 속을 헤맸다. 재작년부터 이어져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았고,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회원교단 내 갈등으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NCCK는 김영주 현 총무의 연임을 놓고 촉발된 회원교단 간 마찰이 더욱 심해졌다. 지난달 24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김 총무는 투표를 통해 과반수 찬성을 얻어 공식적으로 연임을 하게 됐지만, 완전한 투표가 진행되지는 못했다. 이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 측은 김 총무의 중임을 반대했고, 이를 타 교단이 달갑지 않게 여기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파열음을 냈다. 김 총무 연임을 결정하는 투표에도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투표가 됐다.
NCCK는 총무 선출 문제로 태동 90년 만에 최초로 사회법 분쟁에 휘말렸다. 예장통합 소속 NCCK 실행위원인 백남운‧이상진‧김혜숙 목사 등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에 ‘김영주 목사에 대한 총무 제청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기각됐고, 정기총회에서 회원교단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예장통합과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김 총무의 연임을 반대했던 교단들은 김 총무를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이달 열린 한국신앙과직제 공동대표회의에서도 이 교단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공동대표 11명 중 무려 6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여의도순복음총회 이영훈 총회장도 불참했다.

올해는 회원교단 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이단해제를 진행했다가 양분된 한기총과 한교연에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특히 높았다. 그러나 두 교단연합체는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채 그저 “통합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홍재철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을 시도하며 올해까지 한교연과 통합할 것을 천명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되면 통합된 기관을 대표하는 대표회장을 세우겠다고도 언급했다. 올해 2월에는 “연내 한교연과 통합 못하면 물러날 것”이라고 포부를 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통합은 홍 전 대표회장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교연은 한기총이 이단해제하고 받아들인 류광수 다락방과 평강제일교회를 다시 제명할 것을 요구하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한기총은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번복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5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총회장 이영훈 목사)은 한기총에 10월까지 한교연과 통합하지 않을시 탈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홍 전 대표회장이 기한 내 통합을 이루기는 역부족이었다. 홍 전 대표회장은 오히려 기한을 정하고 압박한 여의도순복음 이영훈 총회장에게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넘기고 자신은 물러났다.
한기총호의 키를 잡은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기총을 떠난 교단들이 큰 뜻을 갖고 복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히며 한기총에서 한교연으로 건너간 회원교단들을 회유했다. 그리고 지난달 한교연이 개최한 선교130주년 행사에 참석해 한영훈 직전 대표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달 양병희 신임회장이 취임하며 두 단체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게 됐다. 양 목사는 지난달 대표회장 후보로 나서며 “한교연과 한기총은 어떤 이유를 초월해서도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도 “선결과제로 이단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회원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통합한다면 또 갈라지게 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영훈 대표회장이 지난달 20일 갈등 원인이 됐던 이단 문제에 대해 재검증할 것으로 예고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합·일치 거부하는 메머드급 교단 ‘예장합동’
홍 전 대표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기도 전 한기총 대표회장이 급작스럽게 바뀌기까지 실질적인 통합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양 교단협의체의 주축을 이루는 대형 교단들의 연합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8월 10일 1959년 WCC 가입 문제로 분열됐던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의 증경총회장들이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 모여 양 교단의 일치와 협력,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정상화, 한국교회 회복과 치유 등을 위해 연합기도회를 열었다.
이 기도회는 한국교회에 상당한 의미를 가졌다. 대표적인 보수교단 연합체인 한기총의 주축을 이루는 교단이 예장합동, 한교연의 주축을 이루는 교단이 예장통합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의 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교단의 연합을 윈치 않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도회에 앞서 같은 달 4일 예장합동 총회장 안명환 목사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교단의 연합활동 및 연합행사는 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총회의 허락없이 교단의 이름으로 연합활동 및 연합집회를 갖는 것에 대해 총회장은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고 예장통합 측과 하나가 될 수 없음을 밝혔다.
이후 9월 24일 예장합동 총회에서 총대들은 증경총회장과 부총회장 등 원로 목사들의 발목에 ‘예우 규정’라는 이름으로 족쇄를 채웠다. 이 규정에 따르면 총회의 허락 없이는 연합운동을 할 수 없다. 총회는 ‘총회가 허락하지 않은 교단 교류 및 연합행사를 임의로 주관하거나 동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총회 임원회의 결의로 5년 동안 예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했다.
분열의 대명사가 된 한기총과 심각한 집안싸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NCCK 등 올해 한국교회 연합기구들의 갈등은 더욱 부각됐다. 화합을 외치는 목소리는 있지만 서로의 입장만을 강조한 채 양보는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 교단연합기구들이 극적인 화합과 일치를 이뤄내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