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또다시 외산폰 ‘넘사벽’되나
휴대폰 판매점, 마진 多남는 국산폰 먼저 권유

▲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개통된 외산폰 종류. (자료출처: 이통사 취합)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기대를 품고 속속 한국 땅을 다시 밟았던 외산폰들이 고전(苦戰) 중이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냉대와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인지도의 장벽 앞에서 마냥 작아진 모습이다.

◆휴대폰 판매점서 ‘찬밥 신세’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이 예정되면서 올해부터 해외 휴대폰 제조사들이 속속 국내 진출에 나섰다.

2010년만 해도 이통3사를 통해 출시된 외산폰 수는 20종에 달했다. 하지만 2011년 14건으로 줄었고 2012년에는 아이폰5 단 1종만 출시되면서 씨가 말랐다. 특히 2012년 모토로라, HTC, 블랙베리 등이 줄줄이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한국은 외산폰 무덤이 돼버렸다.

2013년 KT와 SKT에서 아이폰5S·5C를 출시하고 LG유플러스가 카시오 ‘지즈원’을 출시하면서 3종류로 다시 늘었지만 사실상 애플 제품 외에는 2012년과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는 단통법 시행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면서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외산폰 출시가 급격히 늘었다. 소니가 4종(엑스페리아E1, 엑스페리아Z2, 엑스페리아Z3, 엑스페리아Z3 컴팩트), 애플 2종(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 에이수스 1종(폰패드7), 에이서 1종( Z150-리퀴드Z5 ), 화웨이 1종(X3) 등 총 9종이 소개됐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외산폰 관계자들은 가장 큰 원인을 이통사 냉대로 꼽았다.

외산폰 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점 리베이트를 실어주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달리 이를 제공하지 않는 외산폰 업체들의 제품은 찬밥신세”라며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 이통사들도 판매점에 국산폰 판매를 권유하고 있어 실제 판매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동일한 애로점을 털어놓으며 “대리점·판매점에서 가장 많은 구매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통사 텃새로 어렵다”며 “장벽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실제 주말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판매점 포함) 10여 곳을 방문해 중저가 스마트폰 구매 상담을 받아봤지만 열이면 열 국산폰을 먼저 권했다. 소비자가 지목해서 구매하지 않는 이상 시장에서 외산폰이 선택받을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살길 찾아 온라인·양판점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렵게 한국 진출을 결정했던 외산폰 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소니는 이통사가 아닌 양판점 판로를 개척했다. 이통사 외 하이마트 5개 매장(제2롯데월드 월드타워점, 기존 롯데월드 잠실점, 서울역롯데마트점, 압구정점, 김포공항롯데마트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또한 소니 매장이나 온라인을 통한 구매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프리미엄층의 진입을 위해 일부 국가에서 한정으로 출시한 ‘엑스페리아 Z3 실버그린’ 색상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화웨이도 지난달 23일부터 430개 하이마트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LG유플러스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제품을 선보이면서 LG유플러스의 후광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아이폰6 출시와 맞물리면서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서까지 냉대를 받자 양판점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화웨이는 온라인 오픈마켓으로도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다. 최근 실속형 소비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온라인 구매를 선호한다는 점을 노린 것.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이베이코리아와 MOU를 체결하고 연내 옥션과 G마켓을 통해 화웨이 스마트폰을 독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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