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있었던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남북 함정 간 사격전에 대해 항의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 군 서열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이 전격적인 방남을 마치고 귀환한 지 며칠 뒤에 서해에서 남북 간에 사격전이 벌어졌고, 그 직후에 북한에서 전통문을 보내 항의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북한에서 전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말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 국민은 이렇게 요동치는 남북관계의 내막을 잘 모를 뿐더러 궁금해 하고 있다.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최고위층 인사 세 명이 한꺼번에 그것도 전격적으로 왜 방남을 했는지, 왜 우리 당국이 먼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을 물었는지 또 북한은 우리 측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왜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진실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사격전이 벌어졌고 이와 관련해서 북한에서 보낸 항의성 전통문 내용까지 청와대가 비밀로 하다 보니 온갖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 정부 당국의 대응에 신뢰가 떨어지는 대목이다. 뭔가 석연치 않은 사실 때문에 공개를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에서 보낸 전통문을 그것도 청와대에 항의성으로 보낸 글을 모두 국민에게 공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청와대가 공개를 꺼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 황병서 일행이 남측으로 와서 했던 언행은 대부분 공개됐다.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북측 대표단의 오만한 태도에 불쾌감마저 감출 수 없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엔 서해상에서 사격전까지 벌어졌다. 국민은 북측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적 태도에 몹시 실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항의성 전통문을 보낸 것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 북한이 무슨 트집을 잡는지, 아니면 서해상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황병서 일행의 일정을 그대로 공개한 정부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비밀주의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서해상의 사격전에 대한 북한의 항의성 전통문만큼은 왜 숨기겠다는 것인가. 뭘 잘못 했는지, 아니면 꼭 숨겨야 할 뭐가 있는지 국민은 속이 터진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그 신뢰에 우리부터 금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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