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수업료’ 스틸 컷.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국내 첫 어린이 주인공 극영화… 일제강점기 생활상 오롯이 담겨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일제강점기 때도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상영됐을까. 됐다면 어떤 내용일까.

1940년 조선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영화 ‘수업료(최인규·방한준 감독)’가 다음 달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수업료는 그동안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가, 지난 6월 중국에서 영화 필름이 입수됐다. 영화에는 식민지 시기 우리 민족의 생활상이 담겼으며, 당시 조선 영화계의 대표적인 배우들과 스태프가 참여했다. 또 국내에서 보유한 얼마 안 되는 해방 전 극영화이며 어린이가 주인공인 최초의 영화로서 의미를 지닌다.

영화 수업료는 식민지 조선의 가난하고 슬픈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모는 행상을 떠나고 병든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한 소년이 수업료 때문에 겪는 아픔을 다뤘다. 영화는 주인공 소년과 어린이들이 오가는 학교와 집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수원화성과 화서문을 배경으로 한 시골 풍경들, 일본을 자신의 국가라 믿었던 어린이들의 일상, 추석을 맞은 마을 농악대의 모습까지 당시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모습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영상자료원은 지난해 11월 중국전영자료관(China Film Archive)에서 영화 수업료의 존재를 확인했다. 올해 6월 복사된 35㎜ 영화 필름을 입수한 결과, 전체 8롤(러닝타임 80분)은 결권 없이 양호한 상태였다. 대사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병존하며, 한국어 대사에는 일본어 세로 자막이 붙어있다.

▲ 영화 ‘수업료’ 스틸 컷.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필름과 함께 영화 시나리오도 발견됐다. 영화 수업료의 원작은 광주 북정의 공립심상소학교 4학년 우수영 어린이의 작문을 일본인 시나리오 작가 야기 야스타로가 각색한 것인데 이는 전일본영화인연맹의 기관지였던 ‘영화인’에 게재됐다. 영상자료원은 일본 와세대대학 연극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영화인에서 해당 시나리오를 복사·수집했다.

스태프로는 ‘심청(1937)’의 촬영기사 이명우가 촬영하고 ‘미몽(1936)’의 양주남 감독이 녹음을 맡았다. 주요 배역에는 정찬조, 복혜숙, 스스키다 겐지(薄田研二), 김신재가 출연했다.

관객 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공전의 활황’을 보였다는 당시 문헌을 보면 개봉 당시 상당히 흥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달 25일과 30일 시네마테크 KOFA에서 영화 수업료의 일반 공개 상영회가 열리며, 25일 상영 후에는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장이 영화 수집 경과와 영화사적 가치에 대해 들려준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영화 ‘수업료’ 스틸 컷.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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