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지팡이
서상만(1941~ )
나 길을 잃고
헤매고 있네
평생 나에게 기댄 아내
내가 그녀의 지팡인 줄 알았는데
떠나고 알았네
그녀가 나의 지팡이었네
[시평]
평생을 반려자로 함께 살아온 배우자를 잃는다는 것이, 그 인생에서 가장 큰 타격이며 스트레스라고 정신의학자들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서로 기대어 살아간 사람이 다름 아닌 반려자인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반려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지팡이였다. 그래서 나는 너의 지팡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며 살아왔었다. 그러나 그에게 내가 지팡이인 줄로만 알고 살던 배우자가 죽고 나니, 내가 그의 지팡이가 아니라, 그가 바로 나의 지팡인 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당신이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이 생애를 살아왔을까? 떠난 뒤 더욱 절실함이란, 그래서 시인은 ‘떠나고 알았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나의 지팡이였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그대는 나의 영원한 꿈꾸는 지팡이, 비록 지금 나의 곁에 없어도.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