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2차 면담을 갖고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논의했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유가족 측이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이견이 표출하자 특검 추천방식 등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헤어졌다. 또 빈손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무의미한 만남은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진정성이나 신뢰만큼은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9월 1일 세 번째 만나기로 했으니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에 “구체적인 진전보다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니 돌아가서 우리도 그렇고 유가족들도 그렇고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얘기하면 할수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신뢰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도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3차 만남을 약속할 정도로 기대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대에는 턱없이 미치진 못했지만 이 정도의 성과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는 9월 1일의 3차 만남이다. 당일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7월과 8월 국회마저 허송세월한 뒤 정기국회까지 파행된다면 여야 모두 국민적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이 더 가혹할 것이다. 과반의석을 가진 집권당의 정치력에 거는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세월호 특별법 얘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3차 만남에서는 어떻게든 합의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대충 만들어내는 합의안은 옳지 못하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렵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나서되 서두르거나 조급해서는 안 된다. 특별법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여야 정치권과 유가족 측이 물밑 대화를 본격화해야 한다.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면 후속 접점을 찾는 것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문제도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 형사법 체계를 흔든다는 주장은 과잉해석이다. 그럼에도 정말 곤란하다면 특검 추천권을 아예 유가족 측에 넘겨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존의 틀을 뛰어 넘지 못하면 탁월한 정치력이 나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 새누리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침묵하며 지켜보고 있는 국민을 믿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