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청빈한 聖人 ‘프란치스코’ 이름 사용… 연일 파격적 행보
무개차 타고 사람들과 친근하게 만나… 평화‧화해 나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본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이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했으며 22살이던 1958년 예수회에 입회해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97년 대주교, 2001년 추기경으로 서임된 그는 2013년 사임한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바로 프란치스코(78) 교황의 이야기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교황들과 달리 특별한 면모를 갖고 있다. 그는 2005년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됐던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얻었지만 그 사실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8년 후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의 이유로 598년 만에 교황직을 자진사임하자 콘클라베가 다시 소집됐고 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당시 사람들은 강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안젤로 스콜라 이탈리아 추기경과 오딜로 페드로 스체레르 브라질 추기경, 마르크 우엘레트 캐나다 추기경, 피터 턱슨 가나 추기경 등을 꼽았다. 그중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이름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새 교황이 선출되고 ‘베르고글리오’라는 이름이 발표되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대부분의 군중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새 교황명은 지금껏 한 번도 쓰인 적 없던 ‘프란치스코’였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 d'Assisi)’는 평생 청빈, 겸손, 소박한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한 성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자 2000년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남미 출신,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그는 첫 등장부터 인상적이었다. 2013년 3월 13일 오후 8시 15분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로 나온 새 교황 프란치스코는 통상 교황이 입는 모피가 달린 붉은 예복 대신 흰색 성직자 예복(카속)을 입고, 금으로 된 십자가 대신 주교용 은제 십자가를 가슴에 걸었다. 새 교황에 선출되면 신자들에게 축복을 비는 기도를 하는 게 관례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겸손하고 소박한 모습의 교황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행보는 그 후로도 계속됐다. 화려한 교황 전용 관저 대신 바티칸의 산타마리아 게스트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추기경들과 함께 식사하고, 3000달러짜리 대신 50달러짜리 손목시계를 차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에 신던 낡은 구두를 교황이 된 이후에도 계속 신는 등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4월 17일 ‘성 목요일 만찬’ 미사에는 리비아 출신 무슬림과 이디오피아 여성,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의 소년 등 환자 12명의 발을 씻겨주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여성과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행한 교황은 프란치스코가 유일하다. 지난해 12월 17일 교황의 77번째 생일에는 성 베드로 성당 인근 노숙자들을 초대해 아침식사를 같이했다.

자신은 잃을 것이 많지 않다며 방탄차 대신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사람들과 친근하게 접촉하는 교황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를 위한 메시지를 전한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행보에도 적극 나서 종교적 원칙 문제로 분열됐던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와 교제하며 교회일치에 나섰다. 지난 중동 순방 때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지도자와 신도들을 만나 평화를 이야기했다. 지난달에는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개신교 오순절 교회를 방문해 가톨릭교회가 과거 오순절 교회 신도들을 박해한 일을 사과했다.

가톨릭교회 1인자라는 권위의식은 버리고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처럼 검소하고 겸손하며 소탈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교황은 ‘역사상 이런 교황은 없었다’는 평가를 들으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전 교황과는 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 행보와 겸손한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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