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발단된 국가개조란 용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국가혁신이란 말이 차지하고 있다. 국가개조란 말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개조(改造)라는 의미는 조직이나 구조 따위를 고쳐 다시 만든다는 뜻인데,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해경과 소방방재청을 없애고, 그 기능을 국무총리 직속 국가안전처를 만드는 등 한두 개 부처의 정부조직 개편이나 관피아 척결로서는 국가개조나 혁신이 완전히 끝날 일은 아닌 것이다.

국가혁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을 뜻하는 혁신(革新)에서도 결국 국가구조, 정부의 틀, 사회제도 등에서 지금까지 존재되는 것 가운데 낡아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나 폐단은 없애고 새로운 질서를 잡는 것이 그 요체(要諦)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국가혁신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 재편, 국가 기능의 효율화, 국민의 신()권리 보장 등 국가사회의 전반적인 변혁을 큰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국가사회의 새로운 질서 재편을 담는 큰 그릇은 헌법인 바,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할 사회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이제는 헌법 개정 논의가 따라야 하건만 출범 15개월이 된 박근혜 정부와 여권에서 개헌 문제는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다. 헌법 개정은 정치권의 논의부터 시작해 공청회를 거치고 국민 합의를 이루고 난 뒤 적법 절차를 밟는데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당장 개헌 논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른 시기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여당에서도 경제 활성화 매진 등 할 일이 많은데 개헌 논의에 매몰돼서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지만 국가변혁이 시급한 현재 사정은 다르다. 개헌을 통해 국민의 생명권, 안전의 권리를 보장하고, 과도한 권력집중·국정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분권형 대통령제, 상시국회 제도와 의원 불체포특권·면책특권의 대폭 축소, 공직 인사추천위원회의 헌법기구화 등 현행 헌법을 손질할 요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진정한 국가·사회의 혁신이 요구되는 지금, 일시적 미봉책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제대로 된 국가혁신이 되려면 개헌 착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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