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닷컴 ‘기독언론의 목적과 사명’ 포럼
“사실 보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판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이 시대 기독언론이 언론의 본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선교매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예장고신 계열 언론사 코람데오닷컴(사장 정주채 목사)은 지난 17일 영동교회(정현구 목사)에서 열린 출범 8주년 감사예배 및 기념포럼에서 이 시대 기독언론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서 ‘기독언론의 사명’을 주제로 발제한 나이영(CBS 선교기획팀장) 목사는 기독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정체성’을 꼽으며 기독언론의 역할이 언론인지 선교매체인지 혼란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영 목사는 “이 시대 기독언론은 언론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정체불명의 ‘순수복음’이라는 선교매체 기능만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기독언론 영역은 초창기에 비해 교회가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선교와 신학, 교회활동 공유에 머물러 있다”면서 “기독언론 종사자뿐만 아니라 독자층도 이를 원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나 목사는 “해방 이후 신사참배 문제와 전쟁 등을 거치면서 교회가 사회공동체보다 교회 내 문제, 특히 교권을 수호하는 일에 집중하게 됐고, 경제성장 시기 교회성장과 개인 구원에 매달리면서 교회와 사회 간 괴리가 나타났다”며 “기독언론의 역할도 교회의 영역 축소와 함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나 목사는 기독언론이 이렇게 선교매체로 전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각 언론사 생존의 문제가 담보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교단지와 초교파지, 인터넷 언론 등 모두 교권의 압력 내지는 재정적 압박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어서 대형교회 또는 교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권력으로 무마하기도 하고 돈으로 회유하기도 한다. 재정 지원을 끊는 형식으로 압박하기도 하고 잘 아는 관계를 동원해 부탁하기도 한다”며 사실에 접근할 통로도 권한도 방법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언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 보도’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목사는 “교단지들은 교단장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앓아야 하고, 비판적 기능을 한 번 행사하려면 엄청난 항의와 압박을 견뎌야 한다”며 “무수히 많은 인터넷 언론은 보다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웬만한 사명감이 아니고서는 회유당하기 십상이고 황색저널리즘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생존 위기 앞에서 기독언론이 정체성 회복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나 목사는 또 나와 다르면 ‘틀리다’고 정죄하는 분위기와 기독언론은 좋은 소식만 전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비판과 감시, 견제를 ‘교회를 무너뜨리는 사탄의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것, 어려울수록 한국교회를 더 세우고 지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 식의 접근 등도 기독언론뿐 아니라 한국교회에 위험한 생각이라며 “문제의 출발점은 한국교회 안에 있지, 기독언론에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각종 회의를 공개하는 풍토를 만들든지, 교단이나 교회 내에 외부와 소통하는 홍보창구를 만들든지 함으로써 기독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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