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A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10월 한국 서울에서 열 예정이던 제12차 WEA 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WEA 홈페이지 캡처)

한국교회 분열상에 “총회 개최 지지받을 수 없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올해 10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적인 개신교 행사가 한국교회 내부의 분열 때문에 잠정 연기됐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World Evangelical Alliance)은 올해 10월 서울에서 열 계획이었던 ‘제12차 WEA 총회’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지난 11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총회를 개최한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cil of Churches)와 함께 대표적인 교회 연합 기구로 꼽히는 WEA는 현재 세계 129개국 복음주의 연맹, 7개 지역 연맹, 104개 회원 단체로 구성된 단체다. 지난 WCC 부산총회에 WEA 대표단도 참석할 만큼 WEA는 WCC와 강한 연대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교단들은 거리집회까지 하며 WCC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교회 분열상을 보였다. 한기총은 이번 WEA 서울총회 유치에 앞장섰으나 계속되는 내부 분열상을 보이며 결국 WEA 측으로부터 올해 한국 총회 개최에 지지할 수 없다는 뜻을 들었다.

WEA가 올해 10월 한국 서울에서 열 예정이던 제12차 WEA 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공식적인 이유는 “한국 복음주의 공동체 사이에 벌어지는 내부 분열 때문”이다.

WEA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총회 연기 사실을 공지하고, 협력단체인 WCC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WEA는 이번 총회를 연기한다고 했으나 총회 일정과 장소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한국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와 미주,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 지역의 대표 10여 명이 참여하는 리더십 그룹인 WEA 국제이사회(the International Council of the World Evangelical Alliance)는 “4년 전 한국에서 총회를 열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의 일치를 소망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한국 복음주의 교회 대다수를 주도하고 있던 한기총과 함께 총회 계획을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발생한 한국 복음주의 교회들의 분열로 인해 올해 서울에서 총회가 개최되는 것이 지지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연기하게 됐다. 이와 관련 한기총과도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둘러싼 한국교회 복음주의권의 분열과 해외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냉담한 반응, 한국 총회 참여 거부를 결정한 아시아권 복음주의 회원들의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10월에는 김상복 WEA 의장을 비롯해 이종윤 이정익 손봉호 김명혁 목사 등 국내 복음주의 지도자 5인이 한기총의 파행과 분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WEA 총회를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한기총을 파트너로 총회를 열 경우, 국내 복음주의교회 상당수가 총회에 불참할 것이라는 경고도 전했다. 김상복 목사는 이 같은 의견을 전하고 WEA 의장을 사임했다.

한기총은 2012년 예장통합 등의 교단이 탈퇴해 한국교회연합(한교연)으로 분리됐고, 분열은 그 이후로도 계속돼 최근에는 예장합동과 고신교단 등이 탈퇴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WCC 총회에서 한기총 등이 WCC 반대 집회를 연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WCC 총회에 참석한 WEA 관계자들은 공동선교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신학적 차이는 있지만 선교적 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WCC와 협력관계임을 분명히했다.

제프 터니클리프(Geoff Tunnicliffe) WEA 대표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교회 안에서 갈등과 분열이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의 연합을 표방하는 WEA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어렵다”며 “대회를 개최하기 전에 (한국교회가)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총회를 약 8개월 앞둔 상황에서 한국의 형제자매들이 올해 대규모 세계적 총회를 유치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감당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WEA 서울총회 개최에 앞장섰던 한기총도 총회 연기를 인정했다.

WEA 한국 파트너인 한기총은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기총과 WEA는 2014년 10월 19~26일까지 대한민국 서울 코엑스 아셈홀에서 WEA 총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지금까지 진행해 왔으나, WEA 총회의 내실 있는 준비와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기존 계획된 WEA 총회 일정을 연기하기로 공동 합의했다”고 밝히고 “이에 WEA는 향후 한기총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공동 합의문을 게재했다.

한기총이 이날 공개한 합의문에는 홍재철 대표회장과 WEA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 엔다바 마자바니 국제이사회 의장이 서명했다.

한기총 배인관 사무총장은 “큰 규모의 행사이다 보니 더 완벽하고 내실 있는 행사로 준비하기 위해 연기한 것으로 안다”며 “언제 열릴지, 기존 계획처럼 한국에서 열릴지는 WEA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846년 창립된 WEA는 6년마다 총회를 열어 교회의 연합과 인권, 복음전도 등을 논의한다. 그러나 총회 개최가 정기적인 것은 아니어서 개최국의 상황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은 항상 열어 놓고 있다. WEA는 총회의 연기로 전체적인 진행 자체를 아예 중단했으며, 향후 총회 장소와 일정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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