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군사훈련에 불만… 추후 성사 가능성 시사
남북관계 경색 국면… 정부 “진정성 보이라”
[천지일보=명승일·유영선 기자] 북한이 9일 “좋은 계절에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제의한 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재개를 거부했다. 남북 인도주의적 사업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거부함으로써 향후 남북관계는 경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이날 판문점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설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하자는 남측의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본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추후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남측에서 전쟁 연습이 그칠 사이 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우리 정부가 지난 6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자고 제의한 지 나흘 만에 나왔다. 우리 측이 1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행사 재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관측이 나왔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거부한 데 대해선 북한의 내부 기류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장성택 숙청’ 이후 군부 강경파에 힘이 실리면서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도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한미가 3월에 키 리졸브 훈련을 진행할 예정인 데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별도의 협의채널을 구축키로 했다는 소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분리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통일부는 “북한이 말로만 남북관계를 이야기하지 말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의도 대변인은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우리 측의 제의에 성의 있게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판단했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남측이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자제하고 북측이 제기했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결실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