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연 2.5%로 0.25%p 인하된 이후 7개월 연속 동결 행진을 이어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달 기준금리가 8개월 연속 동결될 것으로 점쳤다. 국내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결정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여전해 대내외 여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채권분석팀장은 6일 “올해 통화정책 방향은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경기 판단을 바탕으로 성장 지원보다는 정상적인 통화정책 유지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며 금통위가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번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하는 것은 시장을 오판할 소지가 있다”며 “국내외 경제 전반에 걸쳐 지난해보다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그동안 한은의 스탠스를 봤을 때 환율 방향성 때문에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결을 예상했다.
이번 한은 금통위에서는 금리 결정보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스탠스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결을 전망하면서 “환율 안정에 대한 코멘트가 나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이와 같이 밝혔다.
이렇듯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반기 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는 6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원화 절상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의외의 비둘기파(통화 확장을 선호하는 성향)적인 방향 전환을 택할 수 있다”며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금리 동결, 하반기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골드만삭스의 기존 전망을 변경한 것이다.
권 전무는 원화 절상, 시중금리 상승, 증시 약세 등으로 한국 금융권의 상태가 너무 빨리 긴축 쪽으로 바뀌고 있어 경기 회복 추진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이번에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더라도 만장일치일 가능성은 적으며, 통화정책방향 성명에서 비둘기파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50원선 아래로 떨어졌고, 원·엔 환율은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현대경제연구원도 “원·엔 환율이 90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엔화 대비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 공급 확대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로 금리를 움직이기보다 현 수준에서 대내외적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선 올 하반기나 4분기쯤 인상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서향미 연구원은 “3분기 말까지는 동결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후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 회복 시 4분기 정도 한 차례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승 연구원은 “4분기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다”면서도 “이러한 입장이 바뀔 수 있는 요인 중에는 환율의 방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채권전략팀장도 “미 연준의 QE가 끝나기 전까지는 동결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엔화 약세 정도에 따라 1/4분기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올해 거시경제 정책방향의 중점이 내수활성화에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은은 (금통위에서)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자신감을 보이겠지만, 테이퍼링이나 엔화 약세 등이 경기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