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김동현(24) 씨는 19년 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그가 지금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희망과 열정, 도전의 ‘홍보대사’가 되어 전국, 나아가 지구촌 전체 지체장애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던져주고 있다. 재활을 위해 휠체어농구를 만난 그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도 했다. 내년이면 귀여운 아가가 태어난다. 운동 시작 4년 만에 자랑스러운 태극마크를 단 데 이어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 프로리그에 진출해 인생 제2막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그는 2013-2014시즌 이탈리아 휠체어 농구팀 산토 스테파노에서 센터로 맹활약하고 있다. 큰 앉은키와 굵은 근육에서 나오는 뛰어난 득점력이 그의 주무기. 위치선정이 좋고 높이가 좋아 리바운드도 천하무적이다. 트레이드 마크격인 3점슛이 터지면 농구코트에는 뜨거운 박수 세례가 쏟아진다. 그를 스카우트한 산토 스테파노는 2012-2013시즌 유로컵 성적을 기준으로 95개 팀 중 19위 수준.

국내 리그에서 단연 돋보이는 경기를 펼치던 그가 낯선 유럽에까지 진출해 성공신화를 쓰게 된 것은 결혼이 계기가 됐다. 외국 팀의 러브콜을 받고 오래 고민하던 그는 “아내와 함께라면 낯선 생활도 이겨낼 수 있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출국 비행기에 올랐다. 장애인 선수로는 처음 해외 리그에 진출한 것이다. 2016년 브라질 장애인올림픽에는 꼭 대표팀의 자력진출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그의 목표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가 내년 7월 3일부터 15일까지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개최된다. 대회에는 유럽 7개국과 미주 4개국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및 아프리카 1개국 등 16개국에서 500여 명이 참가한다. 이와 병행해 91개국이 참가하는 연맹총회도 함께 열린다. 장애인 대회로는 세계적인 잔치가 한국에 치러지는 것이다.

장애인재활을 위해 1997년 협회 창설의 산파역을 맡아 휠체어농구연맹 초대회장으로 7년간 재임했던 강창희 국회의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대회가 인천에서 열려 감격스럽다”며 “우리 국민들의 큰 관심과 성원의 발걸음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회조직위원장 김장실 국회의원(새누리당)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스포츠 한류를 통해서도 다시금 높이는 기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휠체어농구가 장애인들에게 많이 보급되고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램을 밝혔다. 민간 차원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도 “휠체어농구는 장애인스포츠의 영역을 뛰어넘는 만만찮은 매력을 갖추고 있다”며 “대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허무는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2시에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범식이 열린다. 안방에서 세계대회가 열리는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한국팀의 성적도 중요하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벌어진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은 8강 이상을 겨냥하고 있다. 방콕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3승 1패의 성적으로 조 2위로 8강에 진출, 최강팀 호주와 결승전에서 근소한 차이로 져 준우승을 이루는 쾌거를 달성했다.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테스트 이벤트 형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의전이나 자원봉사, 특수차량 등은 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 쪽에서 맡아 대회 운영을 한다.

중상을 입고 실의에 빠진 2차대전 참전 상이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휠체어농구. 이제는 장애인스포츠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전국에 28개팀이 활동하고 있지만 선수급여가 지급되는 실업팀은 서울시청팀 단 하나뿐. 나머지는 친목팀에 가까운 클럽팀이다. 연습할 시설이나 경기장도 열악하다. 관중수나 모금지원액으로 볼 때 사회적 관심이나 열기는 아직 미미하다. 방송 등 언론은 기존 인기스포츠 중계에도 바쁘다. 이와 관련, 제주도 휠체어농구단 민경화 감독은 “휠체어농구가 국민적 사랑을 받는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하려면 홍보 전략부터 현대화 다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V중계가 지구촌 전체에 이뤄져야 한다. 개막전과 결승전만큼은 전 세계가 TV를 통해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한다. 대회 준비를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조직위 직원들의 노고는 놀랍다. 하지만 예산 부족에, 경험미숙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진통도 겪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보람과 미소가 함께하고, 때로는 조직위와 협회 등 주관기관 간 소통 부족으로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다. 잘 준비해 멋진 대회가 되도록 해야겠다. 벌써부터 내년 7월이 기다려진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