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잇단 비리, 부실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4대 은행 금융당국 고강도 점검에 각종 제재 불가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연말이 다가왔지만 은행권 분위기는 흉흉하기만 하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점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내년 초부터 각종 제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은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과 국민주택채권 100여억 원 횡령, 주택보증부대출 부당이자 수취 등으로 금감원의 특별검사를 받고 있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부실과 베이징 법인장 조기 교체 파문도 이번 검사 대상은 아니지만 논란이 됐다. 잇단 파문에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가헤졌고, 결국 지난달 말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임영록 국민지주 회장도 최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김장나눔 행사에서 “현 경영진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사태는 금융권에 강한 후폭풍을 일으켰다. 금융당국은 모든 시중은행의 내부통제 및 국민주택채권 운용 실태에 대해 긴급 점검을 하기로 했다. 은행 내 감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이는 국민은행 사태가 1차적으로 내부 통제를 해야 할 감사의 활동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주요 은행은 이미 금융당국의 특별검사를 받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야당 중진 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의 계좌를 불법조회 한 의혹으로 특별검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동우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도전과 아직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신한사태가 맞물려 있어, 오는 26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항소심 공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은행은 파이시티사업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금감원의 특별검사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7년 파이시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을 1400명에게 1900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사업이 부실화되면서 현재는 원금의 1/4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우리금융 민영화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나은행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재직 시절 구입한 미술품과 위로금 용처 등에 대해 종합검사를 받고 있다. 은행이 4000여 점의 미술품을 보유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다,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미술품이 거래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외환은행과 통합한 지 2년이 다 됐지만 외환은행 노조와의 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는 사안 대부분이 4대 금융그룹 전 회장 재임 시절과 맞물려 금융권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MB맨’으로 불리던 이들 인사에 대한 부실 청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처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검사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징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수익성 악화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누적 순익은 4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7조 5000억 원)의 58.9% 수준에 그쳤다. 4분기에는 반짝 오름세를 보였던 3분기에 비해 순이익 규모가 대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 특성상 4분기엔 은행들이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는 데다,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평균 31.2%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