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에 개정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몸싸움의 원인이 되고 있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축소했는바 천재지변,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나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을 경우로 한정했던 것이다. 개정할 당시에도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수결의 원칙에 반하는 무리가 있고, 국회에서 주요 현안문제로 여야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 국회의 공전(空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하여 재석 의원 192명 가운데 찬성 127명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은 입법 당시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대표가 주도했고, 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찬성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도 있다. 또한 여권 지도부에서도 미국의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한 이 법이 여야 간 타협 정신을 지킬 수 있다고 적극 나섰고, 야당에서도 국회 내에서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의정 단상에서 몸싸움을 유발하는 잘못된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이기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법이다.
그 후 1년 6개월이 안되어 새누리당이 입장을 바꾸었다. 국회선진화법은 야당이 유리하도록 입법의 발목을 잡는 등 국회 후진화를 가져오고 위헌 요소가 있다는 등 이유를 들어 재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법이 여당이 유리하도록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입장을 바꾸면 안 된다고 항변하면서 “국회선전화법은 새누리당의 작년 총선 공약이었다”고 거부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현 지도부의 입장에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13일 당 회의에서 “지금 와서 선진화법을 검토하려면 먼저 당시 이 법을 강행했던 사람들의 책임 있는 사과나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국회선진화법이 과거 의정단상에서 꼴불견처럼 비쳐졌던 몸싸움을 막는 등 바람직한 국회상을 보이는 것이요, 부정적인 면은 여야 간 협상이 안 될 경우 무력한 국회로 전락되는 것이다. 의정의 기본이 다수당의 횡포를 방지하면서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라면 핵심은 여야 호혜의 합의정신이다. 정국 경색은 제도의 탓이 아니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해결엔 여당의 책임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