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꽉 막힌 정국… 靑 조율 필요성 대두
[천지일보=명승일·유영선 기자] 현 정치권에 협상과 타협이 실종됐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등 각종 현안을 놓고 티격태격하면서 “민생을 위한다”는 약속이 헛구호라는 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민주당과의 간극을 중재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상임위원회 불참 등 강경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심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할 정도다. 역대 집권 여당 가운데 가장 힘이 없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야당은 여당을 향해 청와대의 ‘꼭두각시’ ‘시녀’ ‘앵무새’ 등으로 칭하며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 카드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지지부진하다. 툭하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력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당·청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비주류와 중진들은 친박(친박근혜) 중심의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11일 특검을 요구하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만나 “일단 신임 검찰총장을 믿어 보자”고 발언한 데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역시 101일 만에 천막당사에서 철수했지만, 정국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1~13일 상임위를 보이콧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국민적 비난의 목소리가 우려되는 흐름이다. ‘민생’을 등한시하고 ‘정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화살을 맞을 수 있어서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특위’ 관철을 위해 범야권과의 공조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이 야권이 공동으로 발의한 특검 법안을 반대한다면 쉽게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18일 시정연설을 통해 민감한 정치현안과는 거리를 둘 가능성이 크다.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정치권의 협조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뜻이다. 김한길 대표가 13일 한·러 정상회담 오찬에 불참하기로 한 대목에선 현 정부와 야당과의 간극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나서서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국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면서 “야당이 특검을 요구할 때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조건부 특검’을 받아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