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국정원 댓글사건이 제기된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정확한 기억조차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문제로 인해서 국정이 마비되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게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사건은 분명히 그냥 덮고 지나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 검찰의 수사가 상당히 진행됐고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필자가 이 사건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여야를 불문하고 이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원세훈 전 원장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한 조직적인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이 각각의 모순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정확하게 알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사의 진행상황을 보면서도 판단을 못하고 있는 이유가 진실을 알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진영논리에 빠져서 일방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의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박근혜를 결코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친이계를 대표했던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중진의원들과 친이계의 핵심들은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뀌기 전까지도 강력한 응집력을 보이고 있었다.

박근혜 지지율은 20% 초․중반대로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여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박근혜 대세론이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대선후보 박근혜는 비로소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과 배려를 받게 되었다.

원세훈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의 모험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국정원 심리전단과 요즈음 댓글과 트위터가 문제가 되어 새롭게 등장하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에 대해서 새로운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쓴 글이나 리트윗을 한 내용을 보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글도 있고 박근혜 후보를 비난하는 글도 있다. 일부는 안철수에 대해서 지지하는 댓글과 트위터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역할 분담을 했거나 공정성을 가장해서 후보 간의 지지와 반대를 꿰어 맞추었다는 의심이 간다. 검찰이 집중해서 수사해야 할 부분이다.

선거기간에 선관위에 발각된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들의 행태가 드러났다. 이들을 지원한 세력이 국정원이고 또 이들을 제보한 세력이 국정원이라면 원세훈은 선거개입에 대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또 선거를 농단한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원세훈은 쓸데없는 공작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의 안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 혹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안전판?

원세훈은 김용판 전 서울청장도 속이면서 선거를 농단했을 것으로 본다. 김용판은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행동했다고 보인다. 원세훈은 마치 박근혜 후보와 교감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서 경찰을 끌어들이면서 서투른 방법으로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주었고 선거막판에 국정원 여직원사건이 터지게 함으로써 여야 양쪽에 양다리를 걸친 고도의 공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믿을 만한 의심을 하게 한다.

검찰은 사이버사령부에서 댓글과 트위터에서 발견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글과 박근혜 후보 비방 글을 정밀하게 찾아내야 한다. 정말 제대로 수사를 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획했을 것으로 보이는 선거농단을 밝혀야 할 것이다. 보수우파를 표방하는 국민들은 원세훈을 옹호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양심적인 국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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