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종합국정감사가 1일 국회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LG로부터 특허기술을 침해당한 후 13년째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 중소기업의 사례가 조명됐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서호텔레콤’은 약 5억 원을 들여 위급 시 긴급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휴대폰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 협력파트너를 찾던 중 LG전자연구소와 이 기술을 공유하게 된다.
이후 양측의 공방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2004년 서호텔레콤의 김성수 사장이 특허침해로 LG를 고소했고, LG텔레콤은 무효소송으로 맞섰다.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특허효력을 인정했다. 2006~2009년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소와 항고가 이어졌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취소 판결을 내렸지만, 검찰이 또 기각 결정을 내렸다.
2008년부터 김 사장은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기각된다. 소호텔레콤은 청와대에 진정을 제기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기술침해여부 판단에 들어갔고, 현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이다.
이로 인해 서호텔레콤이 감수한 손해는 소송비용 50억 원, 영업손실 80억 원 등 130억 원에 이른다. 여차하면 도산이라는 잔혹한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해당 기술은 현재 애플과 해외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김동완 의원은 “특허법원에서 기술이 인정된다고 해도, 민사소송을 이기지 못하면 중소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김성수 사장이 출석해 안타까운 호소를 이어갔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특허가 확실하지 않으면 왜 막강한 대기업과 싸우겠나”고 김 사장은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대기업이 횡포를 일삼고 사법부가 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중소기업은 한국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사법부의 ‘전문성 부족’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법원이 기술적인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결과, 중소기업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
그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배심원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죽게 된다”며 “특허 보호 없이는 국가미래도, 창조경제도 없다”는 말로 제도적 개선을 절박하게 호소했다.
이는 지난달 17일 특허청 국감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으로, 우리나라 법원에서 변리사가 소송대리인을 맡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초래되는 문제점이다. 소송 당사자의 특허기술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변리사지만, 특허 분쟁이 벌어져도 법원에서 대변을 할 수 없다. 이를 개선하고자 변리사법 개정안이 18대 국회 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이날 김동완 의원은 “대기업이 시비를 걸면 중소기업이 소송에서 이길 수 없다. 국가가 이를 보호해야 한다”며 산업부에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윤상직 장관은 “특허 분쟁과 관련,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으며, 강창일 위원장은 “중소기업청과 특허청 또한 제대로 역할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LG는 이번 국감에 또 다른 기술탈취 건이 얽혀 있다. 중소기업인 ‘범창공업사’의 특허 받은 냉장고 부품 금형을 거짓말로 빼돌린 사건이다. 서호텔레콤의 경우처럼 불기소처분과 기각 결정에 지친 회사 대표가 청와대까지 진정을 넣었다는 점에서 그 모양이 유사하다.
LG전자는 이번 국감을 앞두고 피해자와의 협상을 전제로 증인 명단에서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협상은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벌써 ‘파행’을 맞는 형국이다. 회사 측이 날조 서류를 의원실에 제출한 데 이어, 막상 협상테이블에서는 ‘잘못 없다. 법으로는 이긴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 현재 이 건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학영 의원실이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