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심판론 작동 안해
‘재보선=여당무덤’ 깨져
야권 구도도 불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이제부터는 내년 지방선거다. 올해의 마지막 선거일정인 10.30 재보궐선거가 끝남에 따라 정국의 시선은 6.4 지방선거로 향하고 있다. 전초전인 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내년 지방선거 역시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10.30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구는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 남ㆍ울릉 단 두 곳에 불과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던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여당의 무덤이란 재보선 공식이 또 한 번 깨졌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치른 상반기 재보선에 이어 하반기 재보선에서도 여당이 승리한 것이다. 이와 달리 역대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선 집권세력이 불리했다. 견제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에선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당력을 총동원해 정권심판론과 견제론을 띄웠지만,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 역시 정권심판론이 통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집권 16개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선 야당의 주 무기인 정권심판론과 중간평가론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야당이 유리하고 여당이 불리할 것이란 일방적인 전망은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야권연대가 어려운 점도 야권진영의 먹구름이다. 이번 재보선은 화성갑과 포항 남ㆍ울릉 모두 여당 후보 1명에 야당 후보 2명이 출마한 구도로 치러졌다. 야권 후보가 단일화하지 못하면서 힘 한 번 못쓰고 패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에 따른 여론 악화로 야권연대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까지 가세하면 야권으로선 더욱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야 지지세가 비슷한 수도권과 중부권에선 야권 후보가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병익 정치평론가는 “지금 이 추세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면 민주당은 백전백패할 수 있다”며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동시에 지방선거에 나오면 새누리당이 이기도록 바닥을 깔아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지방선거는 대체로 여당에 불리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서 집권당의 패배가 반복됐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수성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앞서 2006년 치러졌던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다.
하지만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야권 구도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 패배 공식이 깨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