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광복절에도 일본 정치인들은 줄지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태평양전쟁 전범을 비롯한 전쟁 전몰자 246만 명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현 아베 정권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미국 웰링턴 국립묘지 참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를 참회하지 않고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혀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 결과는 과거사 부정이나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등의 망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의 이런 군국주의적 망언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국민의 ‘정치 무관심’과 관련 깊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반경 1m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일본의 우경화 현상은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을 정치에 관심 갖게 하고, 국민의 희생을 정당화 시키려는 정치적 공작물인 셈이다.
일본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을 인정할 때 자국민이 받게 될 충격인 듯싶다. 간혹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일본인들이 양심선언 한 내용을 보면 “일본군이 그와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일본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일본 내에서 과거사가 얼마나 철저히 은폐되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말이다.
일본이 패전한지 68년이 지났지만 일본군 피해자들은 아직도 아픔과 공포에 눌려 지내고 있다. 피해자들이 받고 싶은 것은 ‘진정한 사과’다. 생존한 피해자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이 과거사를 용서받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 정치인들이 줄지어 찾아가 머리를 숙일 곳은 전범들의 망령이 떠도는 야스쿠니 신사가 아니라, 그 전범들이 무참히 짓밟은 일본군 위안부와 피해자들이어야 한다. 이것이 섬나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진심으로 이웃나라와도 상생할 수 있는 길임을 속히 깨닫게 되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