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이렇게 <희망 대한민국>의 제호는 성공적으로 씌어졌는데 막상 한반도 지도에 들어갈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한참을 고심하고 있는데 불현듯 학창 시절에 사회과목에서 배운 ‘제헌헌법’이 떠올랐다.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헌법은 우리나라를 세운 기둥이므로, 이 제헌헌법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살리는 안성맞춤의 소재였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한글의 역사와 의의를 담았다. 가장 한국적인 한글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였다. 거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희망’에 대한 시 작품을 더했다.
벌써 몇 년째 하루에 두세 시간씩만 자면서 1㎝의 수만 자의 한글을 써 내려가던 어느 날이었다. 한반도 지도의 강원도 부근에 이르렀을 때 결국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갑자기 콧날이 싸해 오더니 무언가 주르륵 종이 위에 쏟아져 내렸다.
“앗, 여보, 당신 코피예요! 이를 어쩌나, 혹시 작품 버린 것 아니에요?”
윤 시인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 바람에 한한국도 놀라 내려다보니 동해와 접한 강원도의 북쪽이 코피로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다.
“대체 이 일을 어쩌지? 작업을 절반이나 했는데 여기서 망쳐버리다니…….”
한한국은 자신의 건강보다 작품을 버렸다는 사실에 맥이 탁 풀렸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그의 코피가 도리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그래! 강원도는 남·북한 중 유일하게 같은 도명을 가진 땅이 아닌가? 바로 이곳에 태극 문양을 그려 넣으면 어떨까? 그래서 우리의 소원인 남·북통일을 이루는 거야!’
한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남·북이 공존하는 강원도에 태극 문양을 그려 넣어 붉은 태양이 푸른 동해에서 떠오르는 형상을 담음으로써, 남·북 7천만 겨레의 간절한 희망인 ‘통일’을 더 절절하게 표현해 낸 것이다. 태극 문양의 색채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붉은색과 푸른색의 인주(印朱)를 구입해, 수천 번이 넘게 수인(手印)으로 찍어 낸 것이라 하니, 아마도 그의 정성에 하늘도 감복한 것이 틀림없을 듯싶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예기치 못한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딩동~딩동!”
작품에 몰두하느라 벨이 울린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문을 강제로 열려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한한국이 현관 쪽으로 향하려는 찰나 20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