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담스님 배석 둘러싸고 재가·스님 이사 충돌

▲ 6일 서울시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불교방송 제82차 회의는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폐회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불교방송(BBS)이사회가 방송 정상화를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폐회했다.

이사회는 6일 서울시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제82차 회의를 개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재직이사 20명 중 진각종 혜정정사와 박순곤 이사를 제외한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주요 안건은 ▲이사장 선출 ▲정관개정 ▲사장복무규정의 폐지 및 인사규정 ▲사장 대표권행사의 구체화 및 사내현안 해결에 필요한 조치 ▲기타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건들은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회의는 시작 전 이사 자격을 상실한 영담스님이 회의장에 나타나면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회의장 문이 닫힌 지 5분 정도 뒤에 안에선 고성이 오갔다. 불교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영담스님의 배석 문제를 두고 재가 이사들과 스님이사들이 마찰을 빚었다.

재가이사들은 “영담스님은 이사회에서 해임됐기 때문에 배석할 수 없다. 이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사회를 한다는 것이냐”라고 주장하는 반면 스님이사들은 “이사회는 해임됐지만 이사직까지 해임된 것은 아니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회의장에선 감정이 격해진 이사들의 “어디다 대고 당신이냐. 사과하라”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다. 사과는 무슨 사과냐” 등 논쟁이 오고 갔다.

영담스님이 이사와 이사장 자리에서 해임됐다는 내용이 담긴 이사회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영담스님의 이사해임은 확정됐다. 그럼에도 영담스님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결국 한 재가이사의 퇴장으로 회의는 중단됐다. 이날 회의는 총 4차례나 정회됐다.

의장을 맡은 이채원 불교방송 사장은 “정관 5조 4항에 따라 조계종 종하스님을 이사장 단독후보로 추천한다”며 목탁을 두드렸다. 이후 이사장 선출 방법을 둘러싸고 대립구도를 이어갔다. 재가 이사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하자고 주장했고 스님 이사들은 관례대로 만장일치로 추대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수차례 고성이 오갔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조계종 스님이사 측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회의는 막을 내렸다.

◆이채원 사장 “이사회 발전하기 위한 진통”
이사회 폐회 직후 이사 장적스님은 기자 브리핑에서 “재가이사들이 무례하게 굴어 회의가 파행으로 진행됐다”며 재가이사를 비난했다.

스님은 “그동안 3번의 이사회에 참석했는데 감정‧분노‧폭력성을 모두 느꼈다”며 “진흥원 측 이사들이 불교방송의 정관과 설립 정신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 감정과 분노로 이사회에 임하다 보니 이사회가 격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내야 할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이 개인의 의견과 ‘법’만을 따지는 등 무리한 의견을 내 더는 진행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채원 사장은 “법인등기 상 유일한 대표인 이사장 없이는 회사를 끌고 갈 수 없어 어떻게든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라며 “오늘 이사회는 발전하기 위한 진통이다. 좋은 모습으로 다시 이사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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