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전통음악 전문 공연장 ‘연희풍류극장’ 개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속되지 않고 운치 있는 일이나 음악’을 일컫는 말. 곧 ‘풍류(風流)’다. 풍류는 고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예식에서 비롯된 우리 전통 사상을 가리킨다. 이러한 풍류를 즐기고 전통 연희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면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국립국악원이 지난 2010년부터 설계비 예산 확보 및 건축현상설계공모 등을 추진해 지난 3월 건립한 ‘연희풍류극장’이 26일 문을 연다.
2011년 9월 기존 야외공연장이었던 별맞이터 자리에 착공해 17개월 만인 지난 3월 7일 지하 3층과 지상 1층에 전체면적 2726㎡ 규모로 완공됐으며, 야외 원형공연장인 ‘연희마당’과 실내 좌식공연장인 ‘풍류사랑방’을 상하로 갖춘 풍류 공간으로 탄생했다.
착공 당시 우면산 산사태를 겪기도 했지만, 2개월 만에 복구가 완료돼 바로 그 옆자리에 지하 25미터 깊이로 토사와 암반을 뚫고 내려가 순조롭게 착공을 진행했다.
연희풍류극장은 우리 전통 마당과 사랑방을 모티브로 해 전통음악을 원형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기존의 국악공연장과는 차별됐다.
야외 원형공연장인 ‘연희마당’은 우면산자락에 자리 잡아 사계절의 정취와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극장이다. 전통 놀이판 등을 즐길 수 있는 원형의 마당과 객석을 조성해 관객들이 공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으며, 6개의 조명타워를 갖춰 야간에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실내공연장인 ‘풍류사랑방’은 전통한옥의 창살과 마루, 황토벽 등을 주요 소재로 해 옛 선비들의 풍류음악 공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관객석으로 돌출된 무대와 넓은 ‘ㄷ’자 형태 구조이며, 객석을 좌식으로 꾸민 국내 유일의 공간이다.
또 음향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으로, 음향기기에 길들었던 관객들의 몸과 마음의 긴장을 자연의 울림으로 이완시키고 진정한 우리 소리를 온몸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극장 측은 관람객의 쾌적한 감상을 위해 일체의 입석은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개관 기념으로 올가을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 및 연희난장이 펼쳐진다. 야외 원형극장인 연희마당에서는 27일부터 5월 18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4차례에 걸쳐 ‘팔도연희유람’ 공연이 열리며, 5월 25일부터 7월, 8월을 제외한 10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연희마당 상설공연 ‘별별연희’가 마련된다.
‘팔도연희유람’과 ‘별별연희’는 모두 무료이며,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에 총 3팀의 각기 다른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두 공연이 열리는 날 국립국악원 중앙광장에서는 놀이와 체험이 함께 하는 농산물 직거래장터 ‘연희난장’이 17회에 걸쳐 열린다.
또 오는 8월 2일과 31일 오후에는 ‘한 여름 밤의 연희’가 마련돼 창작 연희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더운 여름 온 가족이 시원한 장소에서 즐거운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많은 공연이 준비돼 있으며, 개관행사 및 공연일정 등 관람에 관한 사항은 국립국악원으로 문의하면 된다.
국립국악원 이동복 원장은 “국악은 왕조의 위엄과 기상뿐 아니라 우리 민중의 삶 속에서 어우러진 진솔한 삶의 음악이었다”며 “이번 연희풍류극장 개관으로 국악 공연이 정형화된 무대 위에서 보고 듣는 대상화된 음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의 터전인 마당에서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며 음악과 춤을 향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리 음악, 우리 춤으로 바쁘고 복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도심 속의 안식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