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지 기자] <종이시계>는 인생의 중턱에 선 주인공 매기와 그의 남편 아이러의 이야기다. 결혼한 지 28년 된 부부는 늘 꿈꿔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자신들의 현실에 놀라고 실망한다. 그들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삶을 낭비해왔다는 회한이 들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는 친구 남편의 장례식장을 가기위해 토요일 오전 8시경부터 움직이기로 계획한다. 저자 앤 타일러는 그로부터 약 14시간동안 있어지는 부부의 이야기를 예리한 심리묘사와 유머감각으로 섬세하게 풀기 시작한다.

그는 부부의 현재와 과거를 정교하게 맞물려 그들의 지난 삶의 희비극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덕분에 부부의 의식은 14시간동안 지난 30년의 세월을 오가며 시공간을 초월한다.

순환과 반복을 의미하는 <종이시계>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삶의 희비극을 잘 표현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위안과 의미를 찾으며 부대낀다. 책은 이 같은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도 삶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첫 번째 결혼 기념일엔 종이로 된 선물이나 벽시계를 주는 게 좋다고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잡지 광고에서 본 재료 세트를 사서 당신에게 줄 선물을 만들자는 멋들어진 생각을 했죠. 종이로 만들었는데, 정말로 작동되는 종이시계였지요. 글쎄, 내가 잘못 조립했나 봐요. 모두 지시되어 있는 그대로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기대한 것처럼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그것은 뭐랄까… 너무 어설프게 만들어진, 임시변통의 물건 같았어요. 그래서 창피해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죠. 나는 그것이 어떤 상징 같은 것, 말하자면 우리의 결혼에 대한 상징 같은 것일까 봐 두려웠어요. 우리가 서툴게 임시로 만들어진 물건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해서.” -176p

앤 타일러 지음 / 문예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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