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25주년 맞아 블로그에 이 회장 발자취 10회 연재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1987년 12월 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부친인 고 이병철 창업주를 이어 정식 회장 자리에 올라 취임식을 한 날이다. 이건희 회장은 올해로 취임한지 25주년이 됐다.
올해는 하루 전날인 30일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식을 호암아트홀에서 진행한다. 당초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간의 경영성과를 되짚어보고 그룹 차원의 새로운 도약판을 마련하기 위해 기념식을 열기로 한 것.
이와 함께 삼성그룹은 지난 19일부터 공식 블로그에 총 10회에 걸쳐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이끌어온 과정을 연재했다.
삼성그룹의 매출은 2012년 383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1987년 이건희 회장 취임 때보다 39배 늘어난 수치다. 시가총액은 당시 1조 원에서 현재 303조 2000억 원으로 303배나 증가했다. 수출도 63억 달러에서 1567억 달러를 기록하며 25배 늘어났다.
이 회장이 취임 했을 당시만 해도국내 대기업에 불과했던 삼성은 현재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가1987년 취임식 때 선포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 시키겠다”는 약속이 이뤄진 셈이다. 게다가 올해 처음으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글로벌 톱10’에 진입, 세계 9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휴대폰,TV 등 IT 분야에서 신화를 만든 지금의 삼성이 있기까지 이건희 회장의‘위기경영’과 ‘혁신’이 있었다. 이런 이 회장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지난 1992년, 삼성의 반도체는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순간에도 그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그후 1993년, 삼성의 글로벌 위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를 돌아보다가 진열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삼성 제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 생산 공장에서 불량이 난 세탁기 뚜껑을 억지로 깎아서 짜 맞추고 있는 영상 테이프를 접하곤 이 회장은 그동안 쌓였던 구시대적 관행을 버리고 혁신을 감행하고 나섰다. 이때 나온 말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유명한 ‘신경영’ 선언이다. 그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신경영 대장정은 총 8개 도시를 돌며 임직원 18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350여 시간의 토의로 이어졌다.
여기서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은 반도체 성공에 이어 애니콜 신화를 이뤄냈다.1994년 10월 삼성은 애니콜 브랜드의 첫 제품을 출시했고 시장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회장은 2000년 신년사를 통해21세기 초일류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또 한 번의 계기를 만들었다. 바로 제2의 신경영을 선포하고 사업구조, 경영 관점과 시스템, 조직문화 등 경영 전 부문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였다. 이에 그는 인재와 기술을 모두 모아 사활을 걸고 TV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아날로그 시대에는 출발이 늦었지만, 디지털 시대는 출발선이 같아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세계 TV 무대를 제패하고 있던 소니와 파나소닉을 제치고, 디지털 TV에서는 삼성이 시장의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삼성의 보르도TV이며, 이를 시작으로 최근 스마트 TV까지 삼성 TV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은 애플을 제치고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위기경영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주마가편(走馬加鞭)’은 계속되고 있다.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삼성도 고삐를 더 바짝 조여야 한다는 것. 현재 삼성그룹은 막상 삼성전자를 빼면 두각을 보이는 계열사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전자에서도 스마트폰 부문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 대신할 삼성의 10년 먹거리를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 2010년부터 5대신수종 사업을 추진 중에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유럽발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의지처럼 또 하나의 혁신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