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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2인자’ 교체해 성장 발판
재무통<이학수>→ 기획가<김순택>→ 이제는 ‘행동파’<최지성>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삼성의 변화 조짐이 포착됐다. 이건희 회장의 유럽 방문 후 갑작스럽게 변경된 미래전략실장 인사에 이어 13일에는 신입사원 채용에 대한 혁신을 선언하며 열린채용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에 있어 미래전략실의 의미는 남다르다. 삼성의 최고 리더인 회장이 삼성이라는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라면 미래전략실의 실장의 역할은 실제 배가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내부에서 세밀한 조정을 담당하는 살림꾼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이 회장이 유럽 순방 후 바로 미래전략실장의 인물을 교체했다는 건 삼성이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는 신호탄인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순방 직후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2의 신경영’을 준비할 때”라며 혁신적 변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미래전략실의 역사는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에서부터 출발한다. 옛 그룹 비서실 규모는 3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조직이었다. 1987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자율경영’을 중시한다는 취지로 비서실 역할이 축소되기도 했다.

미래전략실은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변모해왔다. 미래전략실 이름의 변천사처럼 삼성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수장도 변해갔다.

고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책임지게 되면서 현재 이수빈(91~93년) 삼성생명 회장이 비서실장에 올랐다. 이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그룹 경영 사정을 훤히 아는 이수빈 실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어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모든 계열사 임원을 모아놓고 ‘신경영’을 선언하고, 내부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감사원 출신의 젊은 사장 현명관(93~96년) 비서실장을 발탁했다.

이후 12년이라는 최장 기간, 실장자리에 오른 이학수(97~08년) 전 실장이 맡았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룹 구조조정 기능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당시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계열사를 관리·감독하는 성격도 짙어지게 된다.

이 전 실장은 재무에 능통한 자로 이건희 회장의 ‘분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지난 2006년에는 구조본이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고 그 역할도 축소했다. 이 실장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으로 물러났고, 이후 비서실은 2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 2010년 이 회장이 경영복귀한 뒤 실추된 삼성의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미래전략실로 탈바꿈하게 된다. 첫 수장으로 김순택(2010~2012) 전 부회장이 올랐다. 성격이 온화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김 전 부회장은 신사업추진단장직을 겸하면서 그룹 전체의 신성장동력 사업을 확보하는 일을 해왔다. 삼성 미래의 먹거리를 내다보고, 더 큰 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데 주력하기 위해선 기획가인 김 부회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그다음 유럽발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위기를 느낀 삼성이 택한 컨트롤타워의 수장은 행동파 ‘최지성’이라는 인물이었다. 김 전 부회장이 기반을 다진 것 위에 최 부회장은 신수종 사업을 본격 궤도에 올려놓는 것, 즉, 실행단계로 돌입해 공격적인 삼성의 모습을 꾀한다는 것이다. 발로 뛰는 ‘보부상’ 최지성이라는 카드로 글로벌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한편 최지성 부회장은 1977년 삼성에 입사해 35년 만에 삼성의 2인자로 부상했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에 입사해 오늘날 삼성전자 1등 주의를 달성한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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