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2022.05.2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205/826469_851381_2416.jpg)
한미 통화스와프 작년 만료
외환위기 대비 재개 목소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가운데 한미 양국이 21일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양국 간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명시하진 않았지만 외환시장 안정 협력을 명시했다. 이번 양국 정상 회담으로 향후 양국 중앙은행 간 한미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한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미 통화스와프(600억 달러)는 작년 12월 31일 만료와 함께 연장에 실패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21일 공동선언문에서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양 정상은 공정하고 시장에 기반한 경쟁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핵심적 이익을 공유하며 시장 왜곡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협의가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논의는 진행된다고 알면 된다”며 “재정, 금융, 외환시장 안정 등 어떤 위기에도 한·미 양국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양국 화폐의 교환 비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곧 협상을 맺은 국가 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달러를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위기에 방어벽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한미 통화스와프와 한일 통화스와프라는 방어벽이 있어 외환위기까진 가진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한미 통화스와프는 작년 12월 31일 만료됐고,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5년 2월 만료 후 한일 관계 악화로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상하이 봉쇄 등의 대내외 악재로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환위기를 대비해 우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빠른 시일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또한 한일 통화스와프 역시 양국 관계 개선을 통해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작년 말 종료된 일시적 통화스와프의 재개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이 금융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무리하게 통화스와프를 추진할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효 1차장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순수하게 경제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만 ‘스와프’라는 용어를 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한데 취임 10일 만에 그 단어를 쓰는 건 무리라 생각한다”고 말해 당장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은 낮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신 한미 양국이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통화동맹을 맺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영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 5곳과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이들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시 개념의 통화스와프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다. 예를 들면 양측 정부가 협력을 통해 위기시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방식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국은 한미통화스와프와 한일통화스와프가 있었기에 1998년 같은 외환위기까지 가진 않았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외환위기를 방어할 두 개의 방어막이 사라졌다. 지금은 국가위기 상황이나 다름없다. 우리에게 외환위기가 올 경우 그 어느 나라도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방어막을 갖춰야 하며, 외환보유고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려 국제금융 경쟁력을 올리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