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이솜 기자] 인도가 서방의 제재로 국제금융결제망(스위프트)에서 퇴출된 러시아를 돕기 위해 루피-루블 결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이달 초 인도 뉴델리에서는 우익단체인 힌두 세나 회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은 “인도와 러시아의 유대관계 만세” 등의 팻말을 들고 거의 한 시간 동안 수도 중심부를 행진했다.
세나는 비교적 작은 정치집단이지만 인도의 16개주에 존재하며 SNS에서 회원이 100만명 이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나의 비슈누 굽타 대표는 “러시아는 항상 인도의 친구였다”며 “항상 파키스탄을 지지해 온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핵 프로그램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DW에 말했다.
델리에서의 시위가 일회성 행사였으나 상당수의 인도인들은 특히 SNS에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대학생 리차 카푸르는 무고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만 서방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고려할 때 러시아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라며 “서방권의 위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 마헤시 쿠마르 아가왈도 DW에 “한때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이 결국 러시아의 지배로 되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이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른 지지자들은 1971년 방글라데시 해방 전쟁 당시 소련이 인도를 지지했던 기억을 포함해 러시아와의 역사적 유대를 언급하고 있다. 자그란 경영·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소의 날리니 란잔 모한티 소장은 “구소련과의 역사적 관계와 중국이 러시아와 가까워질 것이라는 위협도 인도의 지지를 형성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3주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인도는 외교적 줄타기를 하며 러시아의 행동을 비난하는 유엔 표결에서 기권했다.
러시아와의 역사적, 전략적 유대관계 외에도 인도 외교정책의 핵심 원칙은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주요 강대국들과의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푸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표퓰리즘 정치 스타일 사이에는 비슷한 점도 있다고 DW는 분석했다. 미디어 역사학자 라케시 바타비얄은 “두 지도자 모두 마초적인 이미지를 개성으로 밀면서 국수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강력한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인도의 친러시아 행보에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샤시 타루어 하원의원은 최근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방이고 안보상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인도가 갑자기 침묵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그 친구들에게 실망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회 지도자인 마니쉬 테와리도 트위터를 통해 “인도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이 전례 없는 부당한 침략에 맞서길 바란다”며 “친구가 틀렸을 때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도 중앙은행은 러시아와 거래를 하기 위해 루피-루블 무역 협정에 대한 초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가운데 인도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가격에 수입하기로 합의했으며 이 거래를 루피-루블 지불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