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광주시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에 장보러 나온 시민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홍어’를 시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광주시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에 장보러 나온 시민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홍어’를 시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광주 양동·말바우시장 활기
쌓인 선물상자 명절 분위기
재난지원금에 북적하기도

“코로나19 종식되길 절실”
목포, 오미크론 영향 한산
전북 정읍 전통시장 썰렁

[천지일보=이미애·김미정·김도은·전대웅 기자] “현대산업개발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도 그렇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도 많아지고 왜 이런 악재가 겹치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데다 최근 아파트 붕괴사고까지 일어난 광주시 시민들의 바람이다.

본지는 임인년 설을 앞두고 최근 오미크론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전라도와 붕괴사고까지 겹친 광주시의 전통시장 현장을 찾았다. 썰렁한 전통시장도 있는 반면 광주시의 전통시장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북적였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명절을 앞둔 24일 서구 소재 양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명절을 앞둔 24일 서구 소재 양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광주·전남에서 가장 큰 양동시장

광주와 전남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양동시장에는 주차할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난 김희성(63, 광주 남구)씨는 “코로나19도 벌써 3년째”라며 “무덤덤하다. 지자체는 가족 간 만남도 자제하라고 하고 자식들 얼굴도 못 보게 생겼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생선가게 주인도 “서울에 사는 자녀들을 못 본 지 2년 됐다”며 “차라리 자식들이 와서 귀찮게 할 때가 좋았다”고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코로나19로 활발한 왕래를 못 해 아쉬워했지만 “어쩌겠냐”며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양동시장 골목골목은 명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굴비가 줄줄이 걸려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겨울이면 나오는 꼬막, 굴 등도 싱싱해 보였다. 양동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소비되는 홍어의 90%가 이곳에서 거래된다. 양동시장의 별미인 고소하고 바삭한 ‘양동통닭’도 눈에 띈다. 이곳에는 닭 파는 골목인 닭전거리가 있어 여러 종류의 닭을 살 수 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민족 고유의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2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강정과 유과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민족 고유의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2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과자 종류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북구 말바우시장 활기 넘쳐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도 설 명절 상차림 준비를 위한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전통방식의 쌀로 만든 과자를 파는 곳도, 생선가게도, 정육점에도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홍어를 시식하던 한 어르신은 “잔칫상에는 홍어가 꼭 있어야지”라며 “냄새가 좀 나지만, 많이 먹어도 탈 나지 않는 음식”이라고 먹어보기를 권했다. 차례상에 올릴 생각에 생선을 유심히 살피며 정성스럽게 고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김근영(광주 북구)씨는 “집과 가까워 자주 온다”며 “싸고 좋은 재료를 살 수 있어 시장 혜택을 많이 본다”고 웃어 보였다.

전희경(45, 서구 화정동)씨는 “가깝게 사는 부모님과 친인척은 모일 예정”이라며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담을 나눌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30년째 굴비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많이 팔아서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좋겠지만, 사람이 와야 온기가 넘치고 장사는 덤으로 잘 되는 것”이라며 “장사 잘 하는 비결은 소비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소탈하게 말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내 수산물 판매 블록에서 한 시민이 조기를 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내 수산물 판매 블록에서 한 시민이 조기를 사고 돈을 건네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해남 전통시장 ‘북적’ 목포는 ‘한산’

평일임에도 북적이는 시장도 있는 반면 한산한 곳도 있었다.

전남 해남읍 오일장에는 재난지원금으로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시장을 찾은 80대 할머니는 “자식들이 PCR 검사받고 음성 나온 거 확인하고 내려온다고 하니 밥이라도 잘 차려주고 싶어 나왔다”며 “아껴둔 지역상품권으로 부담 없이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코로나19가 심각해서 못 볼 줄 알았는데 선제검사 받고 온다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흡족해했다.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포 동부시장은 한산한 분위기다. 대목 아래지만 평일인 25일 시장을 찾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였다. 올해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과일 장사하는 김순영(가명, 50대)씨는 “말하면 뭐해.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며 “시장 상인 모두 다 검사받고 아무 이상 없는데 손님이 많이 줄었다. 주말이 되면 사람이 더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떡집은 그래도 좀 분주한 편이었다. 손님들에게 연신 떡을 권하는 이정숙(가명, 50대)씨는 “명절이라 떡은 잘 팔리는 편”이라며 손님맞이에 바빴다.

전남 영암군 독천면의 오일장을 찾은 이진영(가명, 60대)씨는 “올해 들어 전남에 오미크론이 너무 심각해 타지에 사는 가족들에게 절대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손주들 세뱃돈 부담은 덜게 됐지만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전북 정읍 100년 전통 ‘샘고을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썰렁하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전북 정읍 100년 전통 ‘샘고을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썰렁하다. ⓒ천지일보 2022.1.27

◆100년 전통 전북 정읍시장 ‘썰렁’

전북 전통시장의 상황도 비슷했다. 정읍에서 100년의 전통을 이어온 샘고을시장은 썰렁했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평소 명절 장 분위기는 사라졌다.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많지만 손님들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간혹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진 못했다.

정읍 상동에서 샘고을 전통시장을 찾은 이한순(68, 여)씨는 “코로나19로 자식들과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애들을 거의 못 보고 손주도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생김치도 담고 여러 가지 전도 부치고 갈비찜도 해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먹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종류의 채소를 파는 한 상회 사장은 “명절 코 앞인데 사람이 없다”며 “코로나19 여파도 한몫하지만, 전통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푸념했다.

수산물을 파는 사장은 “제사상에 올라가는 홍어나 조기만 조금씩 판매되고 나머지는 아예 안 팔린다”며 “그래도 명절까지 며칠 더 남았으니 남은 기간 기대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에서 설 명절 전 일상회복 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코로나19 3년째를 맞은 전통시장의 상황이 금방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한편 광주시에서는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403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연일 신규 확진자가 200~3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집단감염도 이어지고 있어 광주·전라 지자체는 명절 연휴 ‘잠깐 멈춤’ 캠페인을 통해 타지역 이동을 자제하고 선제적 진단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광주시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 과일가게에 한라봉 등 다양한 과일이 진열된 가운데 빨간 미니 토마토가 바구니 한가득 담겨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광주시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 과일가게에 한라봉 등 다양한 과일이 진열된 가운데 빨간 미니 토마토가 바구니 한가득 담겨있다. ⓒ천지일보 202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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