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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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공사장의 슬라브와 외벽이 붕괴됐다. 아파트 외벽이 찢겨져 내린 모습을 보면 삼풍백화점이 연상된다. 주민들은 비행기 폭격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사고가 수습되더라도 정신적 트라우마로 공사장 근처를 지나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상층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설치하는 옹벽과 보를 설치하지 않는 구조”라면서 “무게를 분산하는 옹벽과 보가 없다 보니 순식간에 10층 이상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했다. 노동조합은 “사고 현장은 외벽이 붕괴된 게 아니라 슬라브 즉, 바닥이 붕괴된 것은 위층의 하중을 분산해 주는 옹벽과 보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현대산업개발은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무리한 공기단축 압박 때문에 공사를 속도전으로 무리하게 진행한 게 또 다른 원인이다. 겨울철 법정 양생기간이 15일인데 이번 공사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4~5일에 해치우는 행태가 목격됐다. 다른 업체 공사 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국가기관은 뭘 하고 있었나?

공사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영하 5도 이하에서는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했다고 한다. 한겨울에 콘크리트 양생 작업은 콘크리트 강도를 부실하게 해서 이번처럼 대형 참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한겨울에는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중단하는 게 옳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겨울 공사 강행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입법을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대통령령으로 법적 안전 규정을 긴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추운 겨울철에 공사를 하는 경우 콘크리트 양생을 위한 특별한 과정을 밟아야 함에도 현대산업개발 측의 공사 재촉으로 안전하게 양생이 되도록 하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에서 참사를 야기하고도 말로만 사과했다. 이번 사고에서 확인되듯이 실제로는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공기단축 지시를 내려 사고를 유발했다.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학동 참사 이후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과 책임자 2명, 하청업체 관계자 6명이 기소됐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장의 책임자 3명만 처벌을 받고 회장과 대표이사, 경영진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처벌 없이 넘어간 게 이번 사고를 유발했다고 할 수 있다.

국토부와 광주시는 지난 학동 참사 때 영업 정지와 공사 중지 같은 행정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그냥 넘어가는 바람에 이번 사고가 났다. 책임을 져야한다. 현산의 경영진에게 사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행정 조치도 없이 넘어간 결과는 참혹하다. 작년 학동 참사와 이번 참사는 국가기관이 직무를 유기할 때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이다. 안전 문제는 국가가 손 놓고 기업, 특히 재벌 대기업에게 모든 걸 맡기고 뒷짐 지고 있을 때 발생한다. 기업이 알아서 안전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이윤 논리에 종속되기 때문에 사람의 생명이 바람 앞에 등불신세가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발효된다. 더 일찍 발효가 돼 이번 참사를 야기한 현대산업개발에 적용한다고 해도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다 빠져나갈 것이다. 법이 구멍이 숭숭 뚫렸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국민의힘은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을 제정하라고 예전부터 외쳤음에도 지난해야 법률을 만들었다.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의 안전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작년 6월 광주 학동 붕괴 참사가 났을 때 건설교통부장관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수표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퇴임 전에 이 법률 하나라도 만들고 퇴임해라. 산재사망자 반으로 줄이고 안전한 나라 만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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