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혼밥.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혼밥·혼영·혼행 문화 급속확산
먹거리서 가전·방송·배달까지

‘1인 가구’ 노린 마케팅 늘어

“소비 위축, 경제 위기 우려”

“일회용 용기 낭비도 심각해”

[천지일보=조혜리·황해연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어갔지만 다시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이에 오프라인 시장의 리오프닝(경제활동이 재개되는 현상)을 대비하던 유통업계가 주춤하면서 ‘1인을 겨냥한 콘텐츠·상품’의 확산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인 위주의 콘텐츠와 상품은 우리 생활에 빠르게 자리 잡으며 많은 부분을 바꿔왔다. 유통업계는 강화된 방역 대책에 대응하기 위해 1인 가구 위주의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 밥이나 술을 즐기는 ‘혼밥·혼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낯설었던 ‘홀로’… 이제 즐겨요”

코로나19로 일도 못 하고 집에만 있었던 황누리(가명, 29, 여)씨는 “원래 혼밥·혼술을 못하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하는 걸 좋아했는데 코로나19 이후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밖에 나가고 누구를 편하게 만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집에서 혼자 밥도 먹고 나름 재밌게 보내려다 보니 이제는 혼밥·혼술 등이 지루하지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혼자 지내는 게 아예 좋다는 말은 아니다. 이번 위드 코로나로 자유로운 활동을 기대하긴 했지만 다시 확진자가 많아져서 아쉽긴 하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된 동안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여행을 좋아하던 조현진(가명, 25, 남)씨는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곳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과 친구들과의 진솔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며 “해외는 물론 국내 여행도 쉽지 않아 한동안 작은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다니지는 못해도 혼자서 힐링 삼아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간단한 계획을 세워 혼자 가기 좋은 곳들을 가까운 곳부터 다녀봤다”며 “굳이 몇 명씩 멀리 가지 않아도 혼자 가까운 곳에서도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새로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명 ‘혼밥·혼술·혼영·혼행’ 등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 보고 여행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SNS를 통해 혼자 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관련 후기를 남기는 네티즌도 많아졌다.

1인 가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인 가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인 가구 대상 마케팅 비중 커졌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눈에 띄지 않았으나 현재는 달라졌다. 단순 마케팅을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유통업계에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는 실제로 1인 가구 수가 늘어난 점과도 관련이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2%에 달했다. 2015년(27%) 대비 1.5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국내 외식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24~25일 개최된 ‘식품외식산업전망대회’에서 ‘2022 외식 트렌드’로 ▲퍼플오션 다이닝 ▲취향 공유 ▲속자생존 24시 등 3개가 꼽힌 바 있다. 여기서 ‘퍼플오션’이란 경쟁시장(레드오션)과 미개척시장(블루오션)이 혼합된 의미의 새로운 시장을 말한다. 기존의 간편식 경쟁이 격해지면서도 위드 코로나에 맞춘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최근 5년 외식 경향의 핵심어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 ‘나 홀로 열풍’ ▲2018년 ‘한식 단품의 진화’ ▲2019년 ‘편도족(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 확산’ ▲2020년 ‘편리미엄 외식’ 등에 이어 2021년에는 ‘홀로 만찬’이 선정됐다.

이같이 외식업계에서 ‘혼밥·혼술’은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한편 외식뿐 아니라 생활·가전 등에서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많은 상품이 나오고 있다. ‘미니멀 가전’ ‘소형 숙박시설’ 등부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본인이 보장받을 수 있는 ‘미니보험’까지 폭넓은 방면으로 1인에 맞춘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2021년 9월 기준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외식 형태별 이용 현황 그래프. (제공: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2021년 9월 기준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외식 형태별 이용 현황 그래프. (제공: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위드 코로나 무산, 소비 감소로 연결

다만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과는 별개로 현재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위드 코로나가 무산되면서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길호 소비자학 박사는 “위드 코로나 후 다시 막히는 이때 경제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전문직은 크게 문제가 없으나 자영업자 등은 큰 타격을 입는다. 이게 제일 큰 위기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2년 전 최초의 공포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위안과 희망을 보이다가 한 번 더 꺾였다. 이러면 심리적으로 회복이 안 되는 좌절이 온다”며 “좌절이 지나면 자포자기가 된다. 이는 소비 욕구 감소로 이어진다. 움직이지 않으려니 경제 활동량이 증가함에 따라서 경제 활성화가 되는데 이게 위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첫 번째 충격이 있었고 (위드 코로나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세에 부풀었다가 최초의 충격처럼 다시 오게 된다. 이러한 두 번의 충격은 주식이나 경제의 쌍봉을 형성하게 된다”며 “이에 대한 소비 감소, 경기·투자 둔화 등 위축으로 인해 악순환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회용 용기 급증, 환경 오염 가속화”

식문화가 바뀌면서 급증한 ‘일회용 용기’로 인한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가 허용한 일회용 용기 사용으로 용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나중에는 우리가 쓰레기더미에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박사는 “슈퍼바이러스가 양산되고 1인 가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간 지금의 시대에는 소비자가 주체성을 가지고 건전한 소비, 윤리적 소비,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돼야 한다”며 “이런 소비자는 자발적으로 폐기물을 양산하는 시스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정간편식으로 많은 양의 폐기물이 양산된다. 국가도 한시적으로 폐기물 양산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용기를 재사용하는 업체에서 소비를 해야 한다”며 “업체끼리 공유할 수 있는 공통 용기를 쓴다거나 다회용 용기를 쓰는 곳이라던가 다시 와서 회수할 시간이 없다면 소비자가 먹고 운동 삼아 용기를 갔다가 주는 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정 박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규모는 점차 작아지고 동시에 점점 늘어나는 1인 콘텐츠의 문제로 대인 간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전에는 사람 간 마음을 열고 편하게 얼굴을 보며 얘기하던 것이 이제는 마음이 닫히고 이로 인해 무기력증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줄어드는 인원에 맞춰진 사람들이 생존하게 되고 규모가 큰 식당이나 회식 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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