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이솜 기자] 바티칸 법원이 6일(현지시간) 한 신부가 10대 시절 신학교에서 다른 신학생에게 성폭행을 지속적으로 저질렀다는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신학교 총장이었던 신부도 성적 학대를 은폐했다는 혐의를 벗었다.
자기보다 어린 또래와 성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나 강압의 증거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은 미성년자의 부패라는 또 다른 범죄의 증거를 찾았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3명의 판사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신부(29)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처벌받을 수 없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결했다.
마르티넬리 신부는 2012년 이전까지 바티칸 영내에 있는 ‘성비오 10세 소신학교’에 근무할 당시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미성년자 학생들을 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소신학교는 성베드로 성당에서 사제의 미사를 돕는 ‘복사’로 활동하는 12~18세 사이 소년들에게 사제 교육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바티칸 검찰관은 마르티넬리 신부가 13살일 때부터 7개월 어린 원고 L.G.에 대한 학대를 시작해 5년 동안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마트리넬리 신부가 L.G.에게 성학대를 대가로 교황과 함께 미사를 접전하는 것과 같은 보상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강요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마르티넬리는 당시 신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로 통하는 미사에서 교황 옆에 설 수 있는 영광을 누리는 소년들을 선발하는 책임을 맡았다. 피해자는 마르티넬 리가 그 힘을 성관계를 위해 사용했다고 증언했고, 그는 목소리를 높이거나 대항할 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바티칸 자체법에 근거한다.
법원은 마르티넬리 신부가 이탈리아에서 성관계 동의 연령인 16세 미만일 때의 행위로 처벌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바티칸 재판부는 “비록 그 나이 이전에 성행위가 발생했으나 피해자가 폭력이나 위협을 통해 이러한 관계를 강요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15세, 피고인이 16세였던 몇 달 동안 이들이 합의된 성관계를 맺어 미성년자의 부패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는 바티칸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였다.
당시 학교장을 지낸 엔리코 라디체 신부도 피고인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학대를 방조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두 피고인 모두 어떤 혐의도 부인하면서 L.G.가 그들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판결은 프랑스의 한 독립위원회가 1950년 이후 20만명 이상의 미성년자들이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번 재판은 익명의 한 소식통이 2013년 몇몇 추기경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탈리아 북부 코모의 주교가 자체 조사를 했으나 이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이탈리아 기자 지안루이지 누치의 저서 원죄가 새로운 압력을 가했고 바티칸은 조사를 새로 시작했다. 바티칸은 언론 등의 압박에 6년이 지나서야 마르티넬리와 라디체에 대한 기소를 단행했다.
당시 마르티넬리 신부는 성직자가 아니었으나 몇 년 후 서품을 받았다. L.G.는 2012년에 신학교를 떠났다.
앞서 WP의 한 조사는 어떻게 마르티넬 리가 성직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는데 그는 초기 비난을 일축하고 피상적인 조사만 했던 고위 성직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피해자의 변호인인 다리오 임파라토는 피해자가 실망했으나 매우 평온한 상태라며 “평결에 항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임파라토는 바티칸 법원이 위력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의 혐의는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하비 와인스타인과의 유사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마르티넬리와 라디체는 이탈리아 법정에서도 재판을 받게 된다. 로마 검찰은 둘 다 이탈리아 시민이기 때문에 유사한 혐의로 그들을 기소했다. 임파라토는 이탈리아 법원이 바티칸 판사들이 했던 것과는 달리 동의 문제를 평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