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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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동백꽃 필무렵’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공간적 배경으로 바닷가 마을이라는 점이 같다. 삭막한 도심을 벗어난 공간에서 마음의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 다치고 상처받은 도시인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려 한다. 이렇게 같은 점이 있지만, ‘갯마을 차차차’에는 살인 사건은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얼개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로맨틱 코미디의 특징이 더 진하다. 바닷가 마을의 풍경과 함께 홍반장(김선호)의 사람의 향기 나는 매력이 윤혜진(신민아) 같은 여심을 매혹시킬 뿐이다.

대개 갯마을이라면 대개 서해안 갯벌을 끼고 있는 마을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 드라마에는 갯벌이 없다. 실제로 ‘동백꽃 필무렵’과 ‘갯마을 차차차’는 동해안에 있는 포항의 구룡포에서 촬영했다. 하지만, 서산 갯마을이 연상 시키는 소박함과 따뜻함이 치유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런데 최근 갯마을이 소박함에만 머물지 않아 크게 화제가 됐다. 한국 관광 홍보영상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서산편’이 바로 주인공이다. 영화 ‘매드 맥스’의 차량 질주 장면을 패러디해서 대산읍 오지 2리의 바지락 채취 작업 현장으로 쇄도하는 경운기들의 질주 영상으로 만들었다. 갯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일시에 몰아치는 바람같이 갯벌로 달려가는 모습을 잘 포착했다. 갯물이 다시 들어오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작업에 나선 손길도 바쁠 수밖에 없으니, 우렁차게 엔진 소리를 울리고 거칠게 들썩이며 움직이는 경운기는 처음부터 역동적이다. 어디 갯마을이 더 이상 고즈넉하기만 하겠는가. 삶의 현장은 언제나 고요하지 않게 이렇게 다이내믹하다. 갯마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외부의 시선으로 도시의 관점으로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보일 뿐이다. 1966년 이미자가 처음 부르면서 ‘서산 갯마을(김운하 작사, 김학송 작곡)’이 드러내 줬던 고즈넉한 분위기는 K 힙합과 민요가 어우러진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서산편’을 통해 역동적인 이미지로 새롭게 포맷됐다.

아쉽게도 이 서산의 갯벌은 지난 7월 발표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빠졌다. 애초에 서산 갯벌을 배제하고 후보에 올렸기 때문이다. 세계 5대 갯벌 가로림만이 빠진 것은 기괴한 일이다. 특히 오지리가 있는 가로림만은 대표적인 갯벌 지역이고 서산 갯마을의 배경이다. 여기에는 특히 갯벌 사이 풀등을 중심으로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 물범이 살고 있다. 이 물범 때문에 환경영향 평가가 추가돼 최종적으로 조력발전소 건설이 중단됐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개발과 간척은 이런 갯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로림만을 국가 해양 정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연 생태 공간으로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역동적으로 어울려 사는 삶, 경쟁과 성과 평가의 그늘 속에서 무기력에 빠진 도시인들에게 힐링을 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런 점이 앞으로 드라마와 영화가 갯마을을 다룰 때 다르게 접근해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는 평온해도 안으로는 삶의 전쟁이 이뤄지는 곳이 갯벌이고 갯마을이다. 고즈넉한 변방에서 힐링을 찾는 것은 타자적이고 이방인의 시선이니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처럼 적응은 힘들 수 있다.

물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갯마을 차차차’는 모두 치열한 삶의 모습이 전제된다. 특히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반장의 활약이 지친 삶에서 활력소가 돼 준다.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는 도시의 상술에 신물이 난 여자 주인공에게 이런 남자주인공의 활동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시선으로 그 삶의 치열함이 비춰지는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운기가 등장한 한국 홍보영상은 차별적인 특색이면서도 본질을 잘 포착한 사례다. 특히 드라마 이름에 맞는 공간적 배경에 적절한 미장센이 필요한 것은 기본이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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