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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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왓치유’와 영화 ‘호스트: 접속 금지’는 다큐와 공포물로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비대면 랜선을 통한 취향과 기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 심화되거나 강화된 현상을 다룬다. 뉘앙스대로 긍정적이지 않다. 우선 다큐영화 ‘위왓치유’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착취와 성범죄를 유도하는 실제 상황을 다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청소년들이 디지털 범죄에 노출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12살 가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는 코로나19로 사람을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 할 수 있는 행위가 매우 제한되면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점점 일상이 단선적이고, 무료해지게 되면서 새로운 놀잇감을 인터넷에서 찾게 된다. 그들은 이른바 ‘온라인 교령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영혼과 대화를 시작한다. 물론 그들의 시작은 단순히 재미 때문에 시작하지만, 장르에 맞게 파국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이 두 영화는 부정적인 기류가 분명하지만 온라인이 얼마나 ‘마이크로 타깃(Micro Target)’이 될 수 있는지 그 현상의 일면들을 보여준다. 마이크로 타깃은 개개인에 대해서 아주 세분된 데이터와 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팅하는 방식이다. 이를 잘 활용한 사람은 바로 2012년 재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였다. 그는 SNS사용자와 아이폰의 사용자가 함께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고 표적 데이터를 활용해 재선에 성공한다. 무엇보다 그런 데이터의 자세한 분석을 통해서 선거 자금을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대단하게 모집했다.

‘동굴팀(The Cave)’은 2008년부터 오바마를 지지했던 이들의 페이스북 등 SNS 기록을 추적 분석했다. 그리고 2만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그 안에 빠른 기부(quick donation) 아이콘을 넣었다. 더구나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작은 액수의 기부부터 큰 기부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배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거팀은 무려 1조원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오프라임 모임을 만드는 방식도 마이크로 타깃 방식이었다. 메일 리스트 가입에서는 지역이 드러나는 우편번호를 기입할 수 있게 했다. 우편번호에는 사는 지역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지역 모임을 연결해 선거 자원 봉사 활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방식은 개인의 관련 키워드(주거지역, 성, 나이, 교육, 직장, 결혼/연애 상태, 취미)를 필터해서 관심사를 활용하는 타겟팅 마케팅이다.

하지만 이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필터 버블은 정보 편식 현상을 말한다. 이런 정보와 콘텐츠만을 좋아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경우다. 예컨대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이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필터를 활용한 맞춤식 제공이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고 획일적이게 된다.

사람은 권태와 지루함을 느끼는 존재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아도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은 성취감을 얻고 삶의 동력을 그것에서 찾기도 하는 존재다.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의 장기화는 이러한 필터 버블에 따라 왜곡된 정보를 통해 제한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다큐영화 ‘위왓치유’ 같이 디지털 성범죄자에 빠질 수 있고 거꾸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에 더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판을 누가 만들고 제공하며 유도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기 위해 그런 유도를 당연시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의 심화는 테크래시(tech-lash)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IT기업들에 대한 저항과 반발로 불매운동과 이탈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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