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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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검은 태양’과 ‘원더우먼’은 금토 드라마로 MBC와 SBS를 대표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 남궁민과 이하늬라는 가장 핫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제성도 단연 압도했고, 시청률 경쟁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공통점이 있는데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다. 여기에 ‘모범택시’ ‘보쌈-운명을 훔치다’ ‘오월의 청춘’ 등은 방영한 방송국이 각기 다르지만 모두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고, 이 드라마들은 모두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이끌어 냈다. 때문에 추석 기간에만 유료 가입자를 3배 이상 올렸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여기에 ‘유 레이즈 미 업’ ‘경찰수업’ 등도 기여했다.

이렇게 오리지널 콘텐츠가 좌우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또한 ‘검은 태양’의 경우 무삭제판을 웨이브에서만 독점 공개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는 오리지널과 독점 콘텐츠의 제공이 결국 대안이라는 점을 확인시킨다. 11월에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애플 TV가 국내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트레이서’ ‘더보이즈’ 등도 앞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기대가 되고 있다. 매우 색다른 애니메이션 교차 연출이 돋보이는 ‘유미의 세포들’을 선보인 티빙도 ‘여고추리반’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신서유기 스폐셜 스프링캠프’ 등을 준비하고 있다. 2023년까지 100여편의 오리지널을 제작하고, 이를 위해 5년간 매년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했다.

물론 해외 OTT는 강력하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때문에 다시금 부각 되고 있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더 강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ESPN의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9900원에 최대 7인이 이용하는 가격 경쟁력도 지니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고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OTT와 지상파 방송사들이 콜라보 전략을 취하는 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생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글로벌 OTT들이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 토종 OTT와 지상파 방송사는 경쟁자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협력자, 동반자가 돼야 한다. OTT는 언제 어디서라도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의 장점을 갖고 있고, 화제성을 불러 모은다. 이러한 점이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좀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아이템과 포맷의 시도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안방에서 바로 세계에 진출할 수 있다.

정말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크게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확인 시켜주고 있다. 제작사는 물론이고 우리 작품과 배우들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윈도우 효과를 주기 때문에 호평도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OTT로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IP와 수익 배분에서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많은 제작비를 지급해서 국내 방송사나 플랫폼과 차별화를 두는 듯해서 많은 창작 인력과 제작사를 끌고 가지만 그 과실에 대해서는 혼자 다 차지한다. 판권과 저작권을 넷플릭스가 독점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흥행 결과에 따른 수익 배분 즉, 런닝 개런티가 존재하지 않는다. 거꾸로 국내 토종 OTT와 방송사는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국내 창작 인력과 제작사를 끌어모아야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이 확보돼야 격화되는 OTT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창작 권리를 보장하고,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더욱 경쟁에서 이기는 법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어쨌든 공정이라는 화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은 넷플릭스의 형태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망을 이용하는데 그 대가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은 19세기 아날로그 시대의 패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독점에 따른 독선과 무도한 태도에 대한 반감은 불매 운동을 벌일 수 있는 MZ세대가 갈수록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행태가 여전한데, 이제 왕서방은 많아지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곰들의 몸값이 높아지니 마당만 깔아주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들이 여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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