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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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세트장에서 한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방송하는 쇼가 30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220개국 17억 인구는 알지만, 자신만 모르는 상황. 마침내 그 사실을 남자는 자각하게 되는데 과연 그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는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 방송의 조작성에 대해서 대중적으로 잘 형상화했기 때문에 두고두고 미디어 연구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영화다. 

이런 화제성 때문에 비슷한 패러디 작품도 많이 탄생시켰다. 그 가운데 하나가 ‘트루맛쇼(The True-taste Show, 2011)’인데, 이 다큐는 지상파 3사 맛집 프로그램들의 실상을 담아내고 있다. 맛집 방송은 조작 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검증되지 않은 식당을 맛집이라고 추켜세우는 일은 기본이고 칭찬하는 손님도 가짜고 심지어 메뉴도 급조해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이런 제작 과정을 매번 연출하는 브로커가 있으며, 심지어 제작진은 식당은 물론 브로커와도 거래를 하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더이상 이런 다큐 프로그램은 화제가 되지 못한다. 잠시 그때는 조심하는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욱 브레이크조차 없는 듯 싶다.

그런데 이런 조작 방송 여부를 떠나 생각해야 할 점은 또 있다. 조작은 아니지만, 현실을 호도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아마도 영원히 다뤄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가성비를 지나 이제는 가심비라는 말도 흔해졌다. 그만큼 적은 비용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에 열광하는 시대이고 이에 부합하는 정보의 제공이 미디어 매체의 역할과 기능으로 보인다. 예컨대, 다른 곳은 고기도 적게 주는데 이런 맛집은 고기도 듬뿍 주고 국물도 정말 진하다. 이런 방송을 보면, 다른 음식점은 못되게 자기 이익만 챙기는 곳으로 보인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렇게 저렴하게 준다면 뭔가 고기가 질이 좋지 않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정작 그렇지도 않다. 심지어 한약재 등 비싸고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가격은 저렴한 면이 강조된다.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땅 파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없다. 문화예술계에서 영세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당하는 비용이 임대료이듯이 요식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이 점포 임대 비용이다. 이 비용 때문에 도심 핵심 건물일수록 음식 가격이 비싸진다. 외곽으로 나갈수록 음식은 가성비 나아가 가심비가 좋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점은 방송에서 잘 부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심 핵심 지역에 있는데도 가격이 저렴하고 맛은 물론 몸에도 좋은 음식들은 왜 그런 것일까.

간단하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임대료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일 것이다. 임대료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은 대개 건물주이다. 자기 건물에서 영업하니 임대료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 이는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크게 건물주 자영업자와 임대형 자영업자로 나뉜다.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프랜차이즈라고 하면서 이미지가 좋지 않게 형성돼 있지만, 프랜차이즈가 모두 대형은 아니며, 그들은 영세한 운영인 경우가 태반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운 것은 이런 임대 자영업자들이다. 자기 건물의 건물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인심 좋게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임대 자영업자들은 영업은커녕 폐업하기에 바쁘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해도 더욱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어디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지 자명하지만, 외면 받는다. 코로나19로 자영업 전체가 힘들다고 하는데, 구분은 필요하다. 

수많은 임대형 자영업은 수많은 국민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마지막 탈출구로 자영업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가 아니어도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가심비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이에 관한 정보를 방송과 미디어는 제공하면 그만인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적 공공성 ESG를 위해서 정작 불우이웃 기부나 ‘돈쭐’ 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싼값이 아닌 ‘적절한 돈’을 내주며 생계를 위해 뛰는 임대형 자영업자들 식당을 이용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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