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명동의 거리가 30일 오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3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명동의 거리가 30일 오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30

명동거리 곳곳에 ‘공실’ 잇따라

중·대형점포는 물론 소형상가도

‘한류 관광 1위’도 이젠 옛말

“광역상권에 높은 임대료까지 발목”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한류 관광 1번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울의 명동거리에는 ‘임대 문의’라고 적힌 현수막이 가득하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명동의 상가용 부동산 10개 중 4개가 공실이라는 통계를 발표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취재진이 명동 현장을 찾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63일이 흘러 백신 접종자 수가 3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날 오전 명동의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다만 텅빈 상가들 사이에 아직 남아있는 식당 몇 있었고, 점주들이 점심시간을 대비해 가게 앞을 청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모든 상가 유형에서 임대가격 하락이 발생했다. 또 전국 평균 공실률은 오피스 11.1%, 중대형 상가 13.3%, 소규모 상가 6.4%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지역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와 관광객 감소 등으로 전분기보다 임대가격도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명동거리에는 상가 곳곳에 ‘임대문의’라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특히 대로변 주의로 ‘사무실 임대’ 표지가 잇따랐고, 유리문 넘어 공간에는 한때 이곳이 사무실이었다는 것을 가늠하게 해주는 사무용품이 일부 남아있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명동거리의 인근 상가. ⓒ천지일보 2021.4.3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명동거리의 인근 상가. ⓒ천지일보 2021.4.30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형점포는 물론 대형점포들도 공실이 잇따랐는데, 한 상가에는 3층을 통째로 임대한다는 광고가 붙어있기도 했다. 해당 건물의 3층 내부에선 명동거리가 한눈에 보였지만 건너편 건물도 공실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국의 공실률이 13.0%로 집계된 가운데 서울지역은 그보다 낮은 8.9%의 공실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코로나19에도 서울지역의 임대가 지방보다 잘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온 국민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았고, 온라인 비대면과 배달을 유행시켰다. 밖에 나가지 말고 ‘집안에 해결하자’는 풍조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한류관광의 1번지인 명동에 그대로 반영됐다. 명동에서는 방역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폐업·휴업을 하는 가게가 속출했다.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1년이 넘어가는 동안 폐업점포들은 늘어갔고, 현재 명동의 중대형 상가는 38.4%가 공실 상태다. 이는 이태원 22.6%, 홍대 13,1%와 비교해도 큰 수치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명동거리의 소규모 상가. ⓒ천지일보 2021.4.3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명동거리의 소규모 상가. ⓒ천지일보 2021.4.30

소규모 상가도 형편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합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등 소상공에게 치명적인 방역지침이 잇따랐고, 현재 명동의 소규모 상가는 38.3%가 공실 상태다.

상가 곳곳에는 ‘임시 휴업 중’이라고 적힌 팻말들이 붙어있었고, 방치된 빈 가게의 유리문 너머로는 ‘자영업자 전문 대출’과 관련된 전단들이 쌓여있었다.

한편 낮 12시가 되자 명동거리는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로 조금은 활기를 띠었다. 직장인들이 4명씩 모여 명동의 식당가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에도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명동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자영업자 대출전문’이라고 적힌 전단지들이 서울 명동의 빈 가게 유리문 넘어에 쌓여있다. ⓒ천지일보 2021.4.3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자영업자 대출전문’이라고 적힌 전단지들이 서울 명동의 빈 가게 유리문 넘어에 쌓여있다. ⓒ천지일보 2021.4.30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현재 명동은 상권의 절반 가까이가 빠져나갔는데, 올해 말 집단면역이 형성돼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의 집단면역이 올해 말에 형성된다고 해도 명동같이 관광객 등 외부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광역상권’은 그 특성상 상권회복의 속도가 느려 향후 1년 이상의 장기전으로 이어질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명동 상권의 높은 진입장벽도 예년의 명성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김 팀장은 “명동은 일반 상권과는 다르게 권리금과 보증금이 지나치게 높아 일반인들이 진입하기는 어렵고 일부 자본력이 있는 소수의 투자자만 진입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절반가량이 빠져나간 ‘죽은 상권’에는 아무도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빠져나간 사람들이 한순간에 채워질 수는 없지만, 착한 임대인 정책과 같이 임대인들이 욕심을 내려놓고 임대료를 낮춘다면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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