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가 경기도에서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외국인 고용 사업주 및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따라 외국인 고용 사업장 내 불법 고용 중인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고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가운데 15일부터 일주일간 광적도서관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봉양 임시 선별검사소로 이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제공: 양주시) ⓒ천지일보 2021.3.15
양주시가 경기도에서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외국인 고용 사업주 및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따라 외국인 고용 사업장 내 불법 고용 중인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고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가운데 15일부터 일주일간 광적도서관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봉양 임시 선별검사소로 이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제공: 양주시) ⓒ천지일보 2021.3.15

‘고위험 사업장 검사 권고’로 변경

각종 인권단체와 英·佛 등 까지도 항의

전문가 “외국인만 의무검사는 차별 조치”

“위험 상황, 선긋기 어려울 땐 넓게 하기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서울시가 19일 외국인 노동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결국 철회했다.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했는데, 그간 서울시 행정명령을 두고 ‘인권침해’ ‘인종차별’ 등의 논란이 인데다 주한영국대사의 항의가 외신에까지 보도되는 등 국제적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철회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수본 철회 요청에 행정명령 변경

서울시는 1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명령에 대한 철회를 요청함에 따라 지난 17일 발령된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당초 서울시는 오는 31일까지 외국인 노동자에게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행정명령했지만, 차별조치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관련 행정명령 철회 직전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함께 이 사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고, 입장 표명 등 추가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여기저기서 관련 얘기가 나오는 걸 알고 있다. 내용이 정리되면 오늘 중으로라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통화 후 1시간도 안 돼 관련 행정명령에 대한 철회 발표가 나왔는데, 서울시가 그만큼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여겼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울대 인권센터가 이날 서울시의 관련 행정명령을 ‘헌법상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철회를 요청했고,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는 전날 대사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정하지 않고, 비례적이지 않은데다 효과적일 것 같지도 않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프랑스,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이주문화연구소 등 50여개 인권단체에서도 성명을 내고 “외국인 근로자 채용 전 진단검사' 행정명령은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조치이며 명백한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철회를 주장했다.

주한영국대사 트위터. (출처: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트위터)
주한영국대사 트위터. (출처: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트위터)

◆서울시외 지자체도 철회하나

서울시 이외에도 경기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강원도 등 지자체도 역시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 향후 철회 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외국인에 대해서만 검사를 의무화하는 건 차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인 만큼, 조만간 같은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전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까지도 검토했다가 반발이 커지자 물러선 바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외국인 근로자들에게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건 차별적인 조치”라면서 “역학적 위험도를 따져 범위를 정하고 검사를 해야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게 하는 건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 교수는 “그런 식으로 치면 집단감염이 빈발한 교회 교인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 건데 곤란하지 않느냐”면서 “특정 대상에 대한 협박이자 차별이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외국인이 동일한 위험도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감염내과적 관점에서는 명백한 위험도가 있는 사람만 진단검사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위험 상황이고, 어느 범위까지 검사해야 할지 명확히 선을 긋기 어려울 때는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검사하기도 한다”면서 “이는 감염내과 관점이 아니라, 그 범위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준인가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지적이 나왔는데,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싣고 “(코로나19 의무검사는)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인종차별 행위로,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화순군(군수 구충곤)이 21일 농업 사업장 종사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제공: 화순군) ⓒ천지일보 2020.4.21
화순군(군수 구충곤)이 21일 농업 사업장 종사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제공: 화순군) ⓒ천지일보 20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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