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 첫날인 30일 서울역 매표소에서 대기줄 없이 시민 혼자 표를 예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30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 첫날인 30일 서울역 매표소에서 대기줄 없이 시민 혼자 표를 예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30

서울역 대합실 ‘썰렁’… 휴가철분위기와 대비

열차 대기장소엔 승객 대신 비둘기 돌아다녀

카페 내 탁자·의자, 매장 구석에 겹겹이 쌓여

패스트푸드 매장 입구엔 ‘방문일지·손소독제’

대형 피트니스 센터 문 닫고 당구장도 폐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손지하 인턴기자] “손님요? 많이 줄었죠. 어제보다 절반가량은 줄어든 것 같네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로 격상한 첫날인 30일 서울역 대합실 내 한 제과점에서 한가한 듯 휴대폰을 보며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역은 평소보다 사람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지난 17일 휴가를 보내기 위한 인파로 가득했던 것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열차를 타고 오가는 승객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매표소도 한산했고 주말이면 여행용 가방을 든 사람들이 즐비했는데 이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승객들이 앉아서 열차를 기다리던 자리엔 승객 대신 비둘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 서울역과 인근 카페·음식점, 빈 의자만 잔뜩

서울역 대합실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음식점도 한산했다. 대합실 2층에는 음식점·카페 등 실내 취식이 가능한 매장이 약 8곳가량 줄지어 있었다. 매장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맥도날드·롯데리아의 매장 입구에는 방문자 명부와 손 소독제가 구비돼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구에 있던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간단한 인적 사항을 기재해야 했다.

거리두기 격상 전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무인 판매기에서 주문한 후 번호표를 뽑아 들고 많은 인파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날 매장에 있는 손님은 15명도 채 되지 않아 주문하면 바로 접수돼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손님들은 서로 최대한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앉아서 식사하고 있었다.

식당가는 그나마 앉아서 밥을 먹는 사람이 몇 보이기라도 했지 카페의 사정은 더 심각해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따르면 수도권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선 매장 내에서 음식·음료 섭취를 할 수 없고,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카페들은 아예 매장 내 탁자와 의자를 겹겹이 쌓아 구석에 몰아 정리해 뒀다. 포장 주문을 하러 방문하는 손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은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내리고 휴대폰을 보거나 매장을 청소하는 등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아예 직원이 자리를 비운 매장도 있었다.

음식점·카페 사이에 있는 옷가게, 편의점 등의 이용 제한 시설이 아닌 곳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잔류하는 사람 수가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서울역 자체의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이 큰 요인으로 보였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도 수다를 떨거나 가만히 서 있는 등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로 격상한 첫 날인 30일 서울역 카페의 탁자와 의자가 정리돼 있다. ⓒ천지일보 2020.8.30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로 격상한 첫날인 30일 서울역 카페의 탁자와 의자가 정리돼 있다. ⓒ천지일보 2020.8.30

◆ 당구장·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임시휴업

이번 조치에 따르면 침방울 배출이 많이 발생하고 손님들이 체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나는 피트니스센터나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9월 6일까지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연중무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건 서울역 11번 출구 인근에 있는 당구장은 영업을 중지한 상태였다. 해당 당구장이 있는 지하 2층 전체가 폐쇄돼 있었다.

서울역 15번 출구 근처에 있는 다른 당구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당구장의 굳게 닫힌 문에는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명령 발령 통보’라는 공문이 붙어 있었다.

헬스장·피트니스 센터도 사정은 같았다. 근처에 있는 대형 피트니스 센터의 건물이 눈에 들어와서 입구를 찾아봤지만, 출입문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대해 시민들은 “불편하지만 당연하고 적절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헬스장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김준(28, 남)씨는 “운동시설에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용이) 정지됐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다니고 있었는데 이용을 못하게 되니까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래도 2.5단계 격상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며 “이렇게라도 해서 코로나19 확산이 저지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줌바댄스 학원에 다니고 평소 당구장에도 자주 방문했었다는 이주화(54, 여, 서울 관악구)씨는 2.5단계 격상에 대해 “안 그래도 코로나19 감염이 무서워서 돌아다니지 않았다”며 “지금은 밖에서 약속 잡으면 욕을 듣는다. (식당·카페에)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당구장의 출입문에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명령 발령 통보’라는 공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8.30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당구장의 출입문에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명령 발령 통보’라는 공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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